“보이지 않는 것에 이르는 문은 보이는 것이어야 한다.”
르네 도말의 <마운트 아날로그>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 M에게 르네 도말의 <마운트 아날로그>를 선물 받았다. M은 책을 건네주며 실재하지 않는 허구를 향한 믿음에 관한 책이라는 간단한 소개도 해주었다. 작업을 하면서 미리 정해두었던 전시 제목이 마음에 안 들었던 시기에 책에 호기심을 갖고 몇 장 넘겨보다가 찾은 문장이 그 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수집해왔던 풍경들과 맞물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에서 이어지고 있는 연작 <믿음,소망,사랑>은 개인의 관점에서 벗어나 타인의 시각에서 관찰한 풍경을 기록하고 재해석한 작업이다. <믿음,소망,사랑> 연작은 완전함과 완벽함을 원하지만 그것에 쉽게 닿을 수 없는 인간의 허무한 욕망을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어떤 행동이나 움직임, 형태를 묘사한 것도 아닌 세 단어를 통해 불완전하고 불안한 존재의 이야기로 확장해가고 있다. 작업에 등장하는 기념비, 소원탑, 제사와 같은 의식과 행위는 존재 자체로 실체의 부재를 설명하며 현실에서 이 같은 행위들은 인간의 궁극적인 욕망을 이상화하고 있다.
<보이는 문>에서는 일상에서 부딪히는 장면들을 관찰하면서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풍경에 관심을 갖고 삶의 테두리에 가장 가깝게 기생하는 것,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감정들을 주제로 삼고 있다. 개인 삶의 과정에서 근본적인 감정들이 하나의 서사가 되어 일상적 이미지와 허구 속의 이미지가 결합된 풍경을 만들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 속에 상징적인 표현들로 불완전하고 불안한 존재들을 표현하였다. 이를 통해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거나 명백해 보였던 것을 의심스럽게 만들면서 대상이 부재하는 방식을 드러내려고 하였다.
인간의 궁극적인 욕망을 향한 과정을 믿음과 소망이라는 맹목적인 행동으로 그려내는 이번 전시 <보이는 문>을 통해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닿을 수 없는 목적지인 실체 없는 궁극의 지점(사랑)을 쫓는 인간의 흔적과 행위(믿음과 소망)를 통해 모호하고 공허한 정서를 담아내려고 하였다.
믿음의 풍경_acrylic on canvas_193.9x390.9cm_2022
늘 푸른_acrylic on canvas_116.8x91.0cm_2022
shaman_acrylic on canvas_116.8x91.0cm_2022
guardian_acrylic on canvas_116.8x91.0cm_2022
믿음의 돌_acrylic on canvas_33.4x45.5cm_2022
믿음의 돌_acrylic on canvas_33.4x53cm_2022
불을 만드는 사람_acrylic on canvas_90.9x65.1cm_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