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9 - 12. 24
 
" 할 수 있는 건 다했어..."
 
진 효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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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years old 22 X 27.3 Oil on canvas 2015

 

 

지나는 길에 우연히 발길을 멈추게 된 사진관 앞 쇼윈도에는 단란한 가족사진이 있었다. 그날 이후 가족사진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처음 끄집어냈다. 그렇게 시작된 가족사진 작업은 시리즈가 되었고, 그 주제는 8년 동안 작업을 이어가는 구심점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간의 작업에 쉼표를 찍으려 한다. 그러한 작가의 심경을 고스란히 담은 이번 전시의 제목은 “할 수 있는 건 다했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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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am your father 72.7 X 72.7 Oil on canvas 2015

 

 

 

8년간의 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사진관 앞에서 작가는 무엇을 보았을까? 행복한 가족의 모습 속에서 계산되고 요구된 조금은 어색하고 낯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투영한다. 증명사진, 가족사진, 결혼사진 등을 찍을 때 준비된 의상과 공간을 배경으로 우리는 사진사의 요구에 따라 포즈를 취하며 그들의 지시에 따른다. 그렇게 완성된 사진은 벽에 걸리고, 앨범에 담겨 삶의 일순간을 기억하도록 한다.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을 연출하여 찍는 과정에서 일상과는 다른 어색함과 인위는 어쩌면 진짜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방식을 따라야만 하는 모순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은 삶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맞이하게 된다.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이 많이 무너지고,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중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가족사진은 변하지 않듯 가족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도 아직은 견고하다. 작가는 영화 혹은  만화 속에 등장하는 아버지 역할의 인물을 가족사진 그림 속에 배치함으로써  아버지상과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 자연스럽지 못함을 유쾌하게 꼬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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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1988 33.4 X 45.5 Oil on canvas 2014.

 

 

 

플레이스막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졸업시리즈 또한 유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7살의  유치원 졸업식 사진이다. 졸업생들은 한껏 근엄한 학자로서 보일 수 있도록 연출된 배경과 의상,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소의 어린이다운 모습이 아닌 졸업식이란 의례를 맞이한 연출된 상황을 작가는 흥미롭게 생각하며, 이를 작은 캔버스 40개의 작품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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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줄로 서서 이동하시오 72.7 X 90.9 Oil on canvas 2017

 

 

 

어린 시절의 모습을 담은 작품은 작가의 앨범 속 실제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그려진 것이다. 그 사진들은 혹시라도 남들과 다른 가족의 형태로 상처받을지 모른다는 걱정과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에 최선을 다한 어머니의 노력에 관한 에피소들을 담고 있다. 가장 최근 작업인 결혼식의 모습 또한 남들과 다르지 않게, 일생의 한 번 뿐인 시기를 담기 위한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하는 노력에 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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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건 다 했어 193.9 X 97.0  Oil on canvas 2017

 

 

 

진효선 작가의 작품들을 봤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얼굴을 대체한 사탕이다. 사탕 모양의 가면이나 헬멧을 쓴 것인지, 아니면 사탕이 의인화 된 것이지 헷갈리는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작가는 왜 하필 사탕을 가져 가져왔을까?? 그에 대한 작가의 답은 “ 딸기 맛 사탕에는 딸기가 없다.”였다. 딸기맛 사탕에는 딸기가 없고, 포도맛 사탕에는 포도가 없지만 색과 그 향은 그것이 무슨 맛 사탕인지를 알려준다. 사탕의 반짝이는 표면의 광택과 달콤함은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빛나거나 특별한 순간 혹은 추억할 만한 순간에 대한 우리의 고정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실제 그것을 담고 있지 않음에도 인공적인 것들로 대신한 사탕은 우리의 인위적 연출과 맞닿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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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모자는 거들 뿐 36.5 X 36.5 Oil on canvas 2013

 

 

 

sns로 개인의 일상적 모습이 쉽게 공유되면서 우리 스스로는 내면의 사진사를 두고 사각의 프레임 밖을 지우면서 스스로 연출된 이미지의 대상이 된다. 통념화된 가족형태와 다른 자신의 유년기를 감추기 싫어서 시작된 작업을 통해 작가는 스스로 그림의 대상이 되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왔다. 자신의 삶에서 사각의 프레임 밖을 이야기하면서 남들과 다르거나 이상하거나 지탄받을 만한 것을 검열하고 보정하는 개인의 내면 속 사진사의 지시는 필요 없어졌다. 그렇게 사회의 통념에서 자유로운 대상이 된 작가는 이제 본인의 새로운 이야기를 맞이할 때가 되었음을 알고 다음 여정으로 이동하려 한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이상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사회에 대해 작가는 조용히 혼잣말하듯 말한다. “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라고. 

/구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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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졸업 162.2 X 130.3 Oil on canvas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