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적자大器晩成赤字’는 현실에 대한 자조 섞인 농담으로 미술계에 있는 동료들이 모두 대기만성 하여 만성적자에서 벗어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꾸린 전시이다.
금나래_전시전경_플레이스막 인천
김수환_전시전경_플레이스막 인천
예술 활동을 하는 우리는 한 작가가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것을 알 고 있다. 그러나 대중은 대부분 그 과정이 지워진 최종의 ‘작품’ 만을 전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데, 특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전시에서는 이 형식이 당연하게 통용된다. 우리는 이런 흐름 에 관해 논의 하던 중 작가가 대기만성하기까지의 과정, 즉 예술이라는 노동에 녹아 있는 작 가들의 치열한 성찰과 고민이 드러나는 판매 전시 형식을 생각했다.
방은겸_전시전경_플레이스막 인천
서상순_전시전경_플레이스막 인천
이에 본 전시에서는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함축해서 보여줌으로써 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이 작가의 시간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과 다름없음을 대중에게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통 해 그 가치들이 작품에 내재되어 있음을 설득하여 작품 판매의 당위성을 획득하고자 한다. 이 러한 실험은 결과 중심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방식들에 대한 이해를 구하며 기존 관행 을 넘어서고 확장하는 대안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우주+림희영_전시전경_플레이스막 인천
유재윤_전시전경_플레이스막 인천
전시장은 작가의 조형적 연결 지점이 체계적으로 드러나는 작품들로 구성되는데 불완전한 것 들과 완전한 것들이 함께 펼쳐진다. 불완전한 것은 완전한 작품을 위한 과정이다. 관객들은 불완전한 것을통해 작가의 이야기와 고민, 철학,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 등을 읽을 수 있으며 완전한 것을 통해 그 복합적인 사고가 예술로 가시화된 것을 볼 수 있다.
황문정_전시전경_플레이스막 인천
전시전경_플레이스막 인천
예술작품을 소장하는 것은 분명 물건을 구입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작품을 소장하게 될 누군가에게 작가의 예술 세계와 조형 언어를 이해시켜야 할 의 무가 있다. 이 공간 안에서 그 소통이 용이하도록 역할 하고자 하며 우리의 시도가 대기만성 흑자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고경표 독립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