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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빈이 그려낸 개인전 『그 밖의 것』의 작품들은 과거 이탈리아의 돌로미티산에서 머물렀던 풍경의 연작이다. 많은 장면들로 나누어져 있는 「Thing」 시리즈에서는 작가가 마주하고 있는 공간인 '산'을 차분히 바라보면서 녹여냈던 감정들이 침잠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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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유럽에 머물러 있을 당시 회화 특유의 매체적인 특성에 빠져 있었다. 그것은 캔버스 안에 깊숙한 감정이 스며들면서 작가만이 느낄 수 있는 고유한 집중력을 투사하는 것이다. 작가는 여러 장소에 머무르면서 초기에는 유화로, 이후에는 과슈로 장소에서 느끼는 감정을 실제로 보면서 그려 왔다. 이번 시리즈에서 보이는 산수나 풍경을 표현한 작업들은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작가가 마음으로 보고 있는 것들이 드러나면서 작가가 산과 하나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캔버스에 산의 모습을 그리면 그릴수록 작가의 감정은 작업과 함께 정돈되고, 심리적인 요소들은 조형적인 형상으로 변화하여 간다. 그렇게 작가는 산과 캔버스로 동시에 빠져들면서 스스로 '무엇'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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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빈_thing_리넨에 유채_32×41cm_2018

 

 

'보이는 것', '그 너머의 어떤 것' 들을 지속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 좀 더 집중한다. 내면에 존재하는 '자유의지', 즉 자신의 성향을 따라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작가가 산을 바라보며 다독여가는 과정과 연관된다. 작가는 산과 들판, 구름, 까마귀와 같은 자연물을 사랑과 고독, 위대함, 위로 등에 빗댄다. 그리고 그 내용의 주어에 '나'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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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면서 스스로,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고단한 예술가의 길은 스스로가 찾지 않으면 마땅한 답이 없다. 치열하게 살다가도 한순간 '이것이 맞는 길인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떤 방법과 수단도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에게는 살갑게 다가오지 않고, 치열했던 만큼 상실감이 더 크기도 하다. 그런 과정을 겪고 반복하면서 '치열함의 진폭', '상실감의 깊이'는 한층 거세지고, 내면의 세계는 깊고 넓어진다. 박효빈 작가는 오랜 기간 스스로에게 잠복해 있던 시간 속 정서들을 산의 형상에 빗대어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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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빈_thing_리넨에 유채_32×41cm_2018

 

 

"새롭게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해세 소설에서의 인용과 같이 자기 세계의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은 투쟁적인 동시에, 아름답고 험난한 여정이리라. 하지만 새로운 깨우침을 위해 기존세계를 부수고 새로운 인지의 감각을 획득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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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빈_thing_리넨에 유채_41×32cm_2018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산의 풍경에 투영한다. 어렵기만 한 길을 선택하고 헤쳐나가는 과정은 동시에 아름답기도 했다는 것을 지나고 보면 깨달을 수 있는 것처럼 박효빈 작가가 그리고 있는 '산'은 풍경이면서 곧 작가가 스스로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 의지이기도 하다.          ■ 고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