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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는 여성의 삶 속 내재한 억압에 대해 저항 또는 수렴의 방식으로 마주하는 여성의 다양한 면모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여성주의적 관점과 알레고리의 특성을 통해 회화로 탐색한다. 전시 제목 <붉은 여왕 (Ruddy Queen)>은 직역하면 ‘불그레한, 혈색 좋은 여왕’으로 ‘강인하고 활기찬 생명력을 지닌 여성 주체’라는 의미다. 붉은색은 양가성을 지닌 색으로 인간의 탄생과 죽음과 관련 있는 색이다. 예를 들면 적토, 불과 피, 출산과 상처, 붉은 깃발, 홍실 등의 소재는 생명과 소멸이라는 의미와 맞닿아 있다. 이러한 붉은색이 지닌 색의 문화사와 다각적 의미를 단일하게 정형화할 수 없는 여성의 면모를 은유하는 의미로 연결하여 여성의 경험, 억압, 저항과 수렴의 에너지를 알레고리 회화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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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2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_130.3x97cm_2024

 

900_11. 네펜데스의 노래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_50x40cm, 2024.jpg

네펜데스의 노래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_50x40cm_2024

 


 나의 작업은 여성이 지닌 “정적인 능동성, 동적인 수동성”1), 즉 여성의 억압에 모순되는 감정의 충돌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하는 이미지, ‘여성스럽다’는 말의 함의가 무엇인지 다각적으로 살펴보며, 여성이 겪는 억압의 과정에서 비단 저항적인 감정만이 아닌 수렴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함께 탐색한다. 미술사와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 이미지를 차용하여 원본의 이미지를 변주하고 과거만이 아닌 동시대 여성이 겪는 사건들을 화두로 올린다. 과거부터 현재 시대까지 여성의 고민과 선택, 사회적 위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자궁, 꽃, 집, 가족, 길 등의 작품 소재는 여성의 탄생부터 성장 과정까지 주체적인 존재로 변화하며 마주하는 심리적 충돌과 감응의 모습을 드러내는 소재들로 활용하였다. 혼종적 형태와 선의 반복과 중첩, 기존 소재가 지닌 색의 변형과 조합을 통해 숨기려 하지만 베어 나오는 현실과 욕망의 충돌 지점을 표현하였다.

 

 

900_4. 여인과 아들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 크래클 미디엄_162.2x130.3cm, 2024.jpg

여인과 아들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 크래클 미디엄_162.2x130.3cm_2024

 

900_6. 끝나지 않는 길 3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_150x120cm, 2023.jpg

끝나지 않는 길 3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_150x120cm_2023

 


 또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악녀로 묘사된 릴리스, 메두사 그리고 성적 욕구가 소거되어 여성의 순결을 신화화한 존재로서 성모를 작업 소재로 하였다. 이는 사회에서 단편적으로 묘사되는 여성 이미지라 할 수 있으며 기존의 단편적인 시선을 비틀어 성모는 여성으로서 고민과 욕망을 드러내는 존재로, 릴리스와 메두사는 주체성을 드러내는 존재로 표현하였다.    이와 같이 단선적이고 왜곡된 여성 이미지를 탐색하고 변형 및 재조합을 통해 예술적 실험을 시도한다. 사회 속 여성이 겪는 억압과 충돌 그리고 대응해 가는 모습들을 지속적으로 탐색하여 여성이 지닌 다면적인 면모와 여성 이미지의 확장을 조형 실험을 통해 보여주려 한다.


                                                             황 지 현

 


1) 박혜진, 폭력적 세상을 견디는 ‘식물 같은 생명력’…여성문학 새 좌표가 되다, 한겨레-문화- 책과 생각,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고 4], 2024.10.17. (2024.10.21)

 

 

900_7. 릴리스의 덩굴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_130.3x97cm, 2024.jpg

 릴리스의 덩굴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_130.3x97cm_2024

 

 

900_13. 달리는 여인 Running women_캔버스 천에 과슈 아크릴_2023.jpg

달리는 여인 Running women_캔버스 천에 과슈 아크릴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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