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ROOM 1,2
살아서 날뛰는 새를 그리고 싶은데 내가 오늘 그린 새는 다 죽어있었다.
살아있는 대상을 정지되어 있는 화면에 옮길 수 있을까?
역동성에 집중하는 동안은 <춤>시리즈를 지속했는데, 그림 속 대상은 항상 날뛰는 닭 아니면 새들 뿐이었다. ‘푸드듣뜯듣-’ 날지는 못하지만 날개짓을 있는 힘껏 치며
닭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때, 멀리서 봤을 땐 한 없이 가볍고 자유로워 보였던 새가 하늘을 날기 직전 어딘가 조금 버거워보이는 ‘v’모양으로 묵직하고 느리게
날아오르기 시작해 금방 ‘ㅡ’같은 모양으로 자유롭게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갈 때,
자연스럽게 그들에게로 시선이 빼앗겼고 저들을 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저렇게 자유롭고, 묵직하게 움직이는 애들을 정지된 화면에 어떻게 담지?
첫 시도는 당연히 실패였다. 나는 살아서 날뛰는 새를 그리고 싶었던 것인데 내가 그린 새는 딱딱하게 다 죽어있었다. 새벽 3시까지 작업실에 박혀서 열심히 그린 결과물을 차마 눈뜨고는 볼 수가 없어 격해진 마음에 유화를 한덩이 얹고 걸레로 있는 힘껏 캔버스 위로 미끄러졌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에너지가 정지된 화면에 담겨졌다.
정말 내가 보고 느낀 그 새들이었다. 대상을 생생하게 옮기는 것엔 묘사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상이 지닌 에너지는 보지 않고 외관만을 묘사하고 있었으니 계속 실패했던 것이었다.
춤3_oil on canvas_45.8x141c_2019
고기는 역시 기름진 게 맛있어_oil painting, collage on a tree_32.8x78.5cm_2020
춤2_oil on canvas_38x46cm_2019
춤4_oil on canvas_38x46cm_2019
관짝 ROOM
버려진 나무를 주워 못을 박고 망치질하다가. 나도 모르게
밧줄로 정신없이 나무를 강하게 비틀어 싸맸다.
순간, 마치 관을 밧줄로 동여매고 있는 듯한 소름끼치게
생생한 에너지가 나를 덮쳤다.
묶여진 밧줄에서 인간의 억척스러운 생생한 본능을 느낀다.
가난한 동네에서 집의 일부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
개 소 나무판자 등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자 경계하는 치열함.
늘 긴박한 긴장 상태다.
언제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긴장의 상태
언제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의 상태
모든 동물들이 본능에 충실할 때 드러나는
가장 격동적인 에너지에 집중하며 가장 사실적인 회화를 탐구한다.
무제_Mixed media_15.3x75cm_2022
무제_Mixed media_25.5x65cm_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