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쌓고 스스로에 대해 깊게 알고 싶었던 7명의 작가들. 각자 이루고 싶은 것은 다르지만 그림, 기획•전시에 관심이 있어 전시를 열게 되었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알아야 앞으로 어떤 일이 있든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으로 자아실현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였다. 어떠한 틀없이 7인 개개인만의 방식대로 자아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주제가 자아실현인만큼 관람객들이 타인의 자아만 보는 것뿐만 아니라 본인의 자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7인의 자아를 통해 본인의 자아도 돌아 볼 수 있는 참여 전시도 준비되어 있으니 잠시 현실의 고민은 접어두고 나와 7인의 세상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김은서_성장_혼합매체_38×70×23cm
거세게 충돌하는 두 욕망 사이에서,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 자아를 탐구한다. 몸 깊숙한 곳에 새겨진 가치관, 성향, 취미, 트라우마 등을 세포 단위로 파헤치며 슬픔과 기쁨이 부재하는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저항한다. 두려운 미지의 영역을 감당하기보다는, 하루를 겨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입체작업을 통해 인간의 탄생, 성장, 죽음의 단계를 관찰하고 삶의 부조리를 직시해보았다.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는 우리들을 바라보며 처절하게 절망한다. 하지만, 그 절망 덕분에 다시 삶을 사랑하고 반항할 용기를 얻곤 한다. 알베르 카뮈가 말하는 ’반항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오늘도 고통과 쾌락속에서 살아간다.
박지민_새싹과 성장의 시선_사진_20cmX25cm
수 많은 가로수가 있는 가로수 길에서 다수가 바라보는 전체적 가로수들의 아름다움이 아닌, 각각의 가로수에 집중하며 그 하나의 가로수에 피어난 작은 새싹을 바라보는 시선을 표현하는 사진이다. 각자의 자아는 작은 새싹에서 부터 시작되어 큰 가로수 무리를 형성하듯 사회를 구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작은 새싹부터 시작되는 자아실현의 중요성을 알린다.
이승민_22년산 바보_ acrylic on canvas _80X80cm
빈 좌석은 22년간 욕심이나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았던 내 삶을 의미한다. 드디어 처음으로 무언가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허나,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구심도 들었고 뜻대로 되지 않아 불안했던 나날도 있었다. 특정한 색은 이러한 비가시적인 감정들을 나타낸다. 어두운 하늘색은 해내고 싶다는 열정을, 검정색은 의구심과 불안감을, 노란색은 도전과 실패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언젠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로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한다.
이영후_누군가의 초상_crayon on paper_ 22.9x30.5 cm
크레파스로 하루하루 그림을 그렸다. 똑같이 그리는 것이 아닌 그날 즉각적으로 드는 감정들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나와 전혀 닮지 않는 모습이 담겨 있다. 대체로 우울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그려내는 과정은 매우 즐거웠다.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 만져본 크레파스는 낯설었지만 내가 왜 그림을 좋아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재료였다. 행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나는 그동안 모르고 있었다. 항상 완벽한 결과물을 추구했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그림이 너무 무서웠고 나는 도피했다. 행위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찾고 싶다. 그게 잘 그린 그림이든 못 그린 그림이든 상관없이.
이지원_214_text_2023
날씨가 여러 번 바뀜에 따라, 내 감정들도 요동치는 것만 같다. 어쩌면 날씨라는 사소한 이유를 핑계로 만들고 싶었던 걸지도.
어떨지 모를 하루는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된다. 행복한 하루가 되거나, 불행한 하루가 되거나. 복불복 같은 일상들이 모여 나를 성장시킨다. 요즘은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져서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 걷는 일이 잦다. 어떻게보면 난 잡생각 하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 날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게 너무나도 신기하고 다채로워서 기록하는 것을 즐긴다.
이런 생각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다른 안 좋은 생각은 잘 못하게 되는데 과거에는 이 우울감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슬픔을 인정하고 느끼는 것까진 좋았으나, 조금이라도 그 선을 넘어버리면 점점 내가 날 저 바닥으로 내리치는 것과 같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노력했다. 용산을 떠돌아다니는 504번 버스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 사진을 찍거나, 벤치에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구름을 관찰하거나. 가만히 멈춰 세상을 바라보면 바쁜 걸음을 재촉했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내 밝혀진다. 그동안 내가 지켜내지 못했던 안정감이나 편안함 등. 나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날일 수 있음에 흥미롭다. 앞만 보고 질주하느라 지친 나에게 아주 사소한 행복이 맞닿는 순간, 이보다 보람찬 순간은 없다. 오늘 날씨가 환상적인 것이 내 행복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날이다. 오늘의 내 행복은 지금 날 바라보고 있는 당신이 될 것이고.
정면경_하루치의_광목_65cmX310cm
자아실현이라는 주제를 풀어갈 때 정말 막막한 기분이었다. 평소에 자아실현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편이며, 지금도 자아실현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누구나 한 번은 미래나 자신에 대해 고민해봤을 것이고, 나 역시 그렇다. 오래 고민해봐도 명확한 답을 내지 못했고 남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이 더 복잡해질 뿐이다. 괸심사나 목표는 끊임없이 바뀌고 미래는 예측할 수조차 없으며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도 않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내게는 복잡한 생각들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보다는 하루를 제대로 사는 것이 그나마 가장 실질적인 자아실현이다. 쌓여가는 선과 무언가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가로와 세로로 나타냈다. 1부터 24까지의 번호가 새겨 있는 네모를 지나가는 원을 통해 하루라는 시간이 쌓이고, 합쳐지고, 연결되는 것을 표현했다.
최유나_8persona_acrylic & marker on canvas_20×20cm
계속되는 삶,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의문. 애정이 향하는 곳, 분노의 근원.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감정과 기분 복잡한 내면은 수없이 많다. 이번 전시는 한 사람의 자아를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계기가 되었다. 그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나의 모습을 하나씩 캔버스에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도 나고 저런 모습도 나다. 우울과 불안. 행복과 연모. 경솔함과 겸손함. 예민함과 느긋함. 모순되는 모습마저 나의 모든 것이다. 사람은 많은 자아를 가지고 있다. 8개의 자아. 그것이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