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욕망의 응축
에스까페아르는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내밀하고 원초적인 욕망에 집중하며 초현실적 이중이미지를 그린다. 이는 마치 숨은 그림 찾기와도 비슷한데 멀리서 쉽게 읽히는 메타이미지는 서로 다른 작은 도상들의 조합으로 만들어 내며 각각 숨은 의미들을 부여해준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메타(Meta)십이지신은 욕망과 두려움으로부터 출발했다. 인간의 욕망은 점점 커져가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점점 황폐화되어 간다. 망가져가는 환경은 더 이상 어찌 할 방법이 없어 우리는 새로운 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를 창조하였다. 나의 십이지신은 메타버스를 지키는 신들이다.
메타마리우폴(Meta-Mariupol)_162.2cmx130.3cm_캔버스에 혼합매체_2022
메타십이지신 개(Cryptogenic dog)_72.5cmx53cm_캔버스에 혼합매체_2023
메타십이지신 돼지(Cryptogenic pig), 2021, 72.5cmx53cm, 캔버스에 아크릴,먹,과슈
신들의 모양과 상징
나를 비롯한 동시대인들은 수많은 카메라들 속에 감시당하며 살고 있다. 문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우리의 행동은 기록된다. 각 신들의 얼굴은 몬스터볼로 그려졌는데, 이는 포획된 몬스터와 같은 삶을 표현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각각의 신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요소들이 있는데, 이를테면 미래 인간을 구성할 반도체를 표현한 회로판, 우리 민족의 전통을 표현한 빨강-파랑-노랑 의 삼색 선, 갈수록 심해지는 피라미드 사회구조를 보여주는 피라미드 벽 등이 그것이다. 또한 그림의 바탕으로 깔리는 세가지 색: Reflex orange, Trefoil, Warm white는 과거, 현재, 미래를 뜻한다.
메타십이지신 말(Cryptogenic horse)_72.5cmx53cm, 캔버스에 아크릴,먹_2022
메타십이지신 용(Cryptogenic dragon)_72.5cmx53cm_캔버스에 아크릴,먹_2022
새롭게 창조된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는 지금의 자본주의 속 계층 구조가 더욱 심화된다. 표면만 보자면 접속하는 누구나 동일한 위치에서 시작하게 되지만, 결국 시스템을 창조자와 이를 향유하는 자의 갭은 창조자와 피조물 만큼이나 나게 된다. 더 빠르고 편한 것에 대한 욕망과 인간의 속도로 더 이상 따라잡기 힘들어진 기술의 끊임없는 발전은 어디까지 인간을 밀어붙일까? 지금 소위 메타버스로 불리우는 것은 단지 실시간 온라인 플랫폼의 범용일 뿐. 진정한 메타버스는 오지 않았다.
미륵불을 기다리듯 메타버스를 기다린다.
에스까페아르 작업노트
메타십이지신 원숭이(Cryptogenic monkey)_72.5cmx53cm_캔버스에 아크릴,먹_2022
메타십이지신 쥐(Cryptogenic mouse)_72.5cmx53cm_캔버스에 혼합매체_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