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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연작을 관통하는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방식’에 대한 시각적 형식연구가 특정 소재의 선정과 표현방식, 공간 및 시점의 변화, 재료의 선택과 운용 등 직접적이거나 은유적인 방법으로 그림에 담아왔다. 〈가스마스크〉, 〈준비된 위장〉, 〈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 〈Blind〉 의 순으로 진행하고 있는 작업 과정은, 타인의 시선을 통해 정의되는 두려움으로부터 출발했다. 그 두려움을 사회구조 안에서의 질문으로 확장하고, 관계, 공간, 구조에 대한 고민을 연작으로 나열하며 시각적 표현을 중점으로 연구하고 있다.

 

Blind는 눈이 먼, 깨닫지 못하는 등의 의미로, 가려지거나 익숙하지만 낯선 구조의 모순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각적인 재현과 분위기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보이는 것을 매개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의(寫意)적 심상 표현주의 태도를 취하며, 직접적인 것과 은유 되는 것을 통해 보여지는 방식을 〈Blind〉 연작 회화로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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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nd 52_25x25cm_장지에 먹, 채색_2023

 

900_Blind 55 27.5x22cm 장지에 먹, 채색 2023.jpgBlind 55_27.5x22cm_장지에 먹, 채색_2023

 

 

플레이스 막3 공간에서 전시되는 작업들은 BLIND 연작 안에서도 세부적으로 나뉜 형식인 ‘검은회화’와 ‘주괸적 구조’의 구성으로 보여진다.

 

<검은 회화>는 우선 우리의 시지각적인 부분을 이야기한다.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갔을 때 일시적으로 공간과 대상이 보이지 않다가 점점 보여지는 현상이나, 비슷해 보이는 대상의 나열이 시간의 개입으로 각각의 다름을 발견하게 되고, 뒷모습만 그려진 여러가지 인물들의 표정과 정서상황의 가려짐을 통한 주관적 해석 등, 보이는 것을 통해 1차적으로 판단된 작품은, 작품을 경험하는 자의 정서와 가치관을 통한 주관적 요소로 인식되고 정의되어 진다. 작품 속 이미지는 감각하고 사유하는 그 무엇의 외면일 뿐 그 무엇 자체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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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nd 54_27x22cm_장지에 먹, 채색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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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nd 63_24.5x33.5cm_장지에 먹, 채색_2023 

 

 

<주관적 구조>는 ‘건조한’, ‘납작한’ 등의 형용사로서 명확하지 않고 규정되지 않은 제목을 가진 평면 작품이다. 대형 작품을 구성하는 이미지, 체계 등이 주관적 형용사의 인식으로부터 여러 화면의 작은 작품들로 파생되어 먼저 그려지고 이것들이 모여서 최종적으로 보여지는 화면의 구조를 제시한다. 이 주관적 조합은 또 다른 작품으로 재구성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으며 제목에서 언급하듯 화면의 조형이 규정되어 지는 것을 거부하는 회화다.

 

나는 지금까지 진행해온 연작을 통해 나와 타자, 원활한 소통과 걸러진 소통 사이의 수많은 레이어의 위장을 부정하면서도 개인과 집단, 구조와 체계 안에서의 익숙하며 필연적인 상황을 인정하기도 한다. 사회 안에서 당신이 속한 시간, 공간, 상황,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또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하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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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nd 59_35x27.5cm_장지에 먹, 채색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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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nd 65_24x33.5cm_장지에 먹, 채색_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