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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어떤 이는 마음속에 있다고 하고, 어떤 이는 마음 밖에 실재한다고 하며, 또 어떤 이는 신이 없다고 하고, 어떤 이는 우주자연 혹은 그 운행법칙이 신이라고 한다. 신이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종교는 확실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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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체계다. 교리, 미술, 음악, 건축 등으로 이루어진 집단창작물이다. 때로는 정치 이데올로기가 되고 ,철학이 되기도 하고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는 종교학자가 아니므로 내가 종교에 대해 아는 것은 이것뿐이다. 다만 작가로서 다루기에 좋은 주제 혹은 소재라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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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비판 받는 이유 중에 하나는 종교가 이윤 추구의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위 4대종교의 교조들은 모두 특정한 직장 없이 인민 대중에게 빌어먹고 살았다. 그리고 신과 교주를 따르는 수행자들 역시나 그랬다. 예를 들어 불교에서 승려 혹은 수행자를 일컫는 비구는 본디 옛 인도에서 걸식을 하는 자 bhikkhu 였다고 한다. 여기서 나는 간단한 신을 창작하는 수행을 통해 빌어먹는 그러니까 삶을 지속 시켜가는 작가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가라는 게 큰 벼슬도 아니고 대게가 소유하고 있는 바 없이 가난한지라 생활에 쓸모없는 생각이나 작품들을 창조하는 게 작가가 아닌가. 하지만 신과 같이 무엇을 창조해낸다는 점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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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창조한다고 해봐야 기존 종교에서 간단한 만트라(경, 혹은 경전)과 이콘, 음악들을 떼어다가 다시 재조립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수천년 쌓여온 신성과 지혜를 나 따위가 제대로 만들어 낼 수도 없거니와 만든다 해도 사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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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신론적 관점에서는 누구나 신이며 마음에 신이 머물고 있다. 스스로를 신앙 할 수도 있으며 대상을 신앙 할 수도 있다. 종교란 이런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체계이며 신을 담는 그릇이다. 그러나 각자의 일터에서 바삐 생활하는 사람들이 이런 체계 혹은 그릇을 만들어낼 심적, 시간 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종교 미술가라는 미명하에 그들을 대신해 간단한 신과 종교, 종교문자, 종교음악, 종교미술 등을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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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진리교, 모름교, 응교좋도, 아좋다여래 등을 만들어 보았다. 전시라는 장터에 내다 팔 요량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남들은 거리에서 엄동설한에 풍찬 노숙을 할 때 나는 집구석에서 이러한 장난을 한 것이다. 종교장난.. 거리의 부처와 신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번 작업에 오롯이 남은 것은 가장 작은 것 보다 더 작고 가장 큰 것보다 더 큰 부끄러움뿐이다. 이러한 부끄러움을 사주길 기원한다. 이러한 부끄러움을. ■ 윤돈휘
짐승의 몸짓x저승돈 조폐공사 _ 넋전춤 _ 양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