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와 내가 만들어낸 연약한 듯 작은 빛이 새어 나오는 우주를 이제 덩그러니 나만 붙잡고 있게 되었다. 작은 덩어리가 되어 내 심장 한 켠에 또 박제되었다.
5월의 햇살이 충만한 즈음 병을 알게 되었고 생이 다하기까지 채 반년도 걸리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었다. 시간이 날 때 마다 어머니를 뵈러 다녀오는 것 밖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를 그린 적이 있던가.
좋아하는 마젠타 빛으로 그린 드로잉 <촛불 부는 여자>가 어머니였지
그 그림 속에서도 어머니는 초를 불고 계신다. 어떤 애도와 기원이 깃든 마음이었겠지.
그것이 세상을 향한 것이었는지 내 자식 만을 향한 것이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 마음만은 소중하다.
어머니의 49제를 지낼 때 즈음은 탄핵 정국이었다.
자신들의 가장 소중한 빛을 들고나와 연대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세 개의 시간이 돌고 돌아 서로의 세상을 보듬어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마음으로 이번 작업들을 해왔다.
바위에 기대어 쉬고 있는 사람들_Acrylic on canvas_162.2x260.6cm_2024
꺾였지만 살아가는 나무_Acrylic on canvas_91x116.8cm_2024
나의 작업은 대상과 대상 간의 관계성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일상의 관계와 기억의 조각들이 놓여져 있는 풍경들, 아직 해석되지 않은 추상의 조합인 세상, 그 비틀어진 틈을 그리는 풍경화이다. 지속적으로 탐구되고 있는 〈아는 여자〉연작은 스쳐간 여성들의 서사에서 시작하지만 서사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분절되어 존재하는 서사 속에 숨어있는 분위기와 그곳의 감정에 관한 작업이다. 몸에 새겨진 그들의 이야기가 나와 다르지 않음을 인식하고, 그렇게 ‘나’이기도 한 사람들, 바깥과 안의 경계가 모호한 세상을 회화로 시각화하고 있다.
‘생’과 ‘사’가 뒤엉켜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결국 새로운 생의 의지로 충만한 경계에 놓인 세상, 대단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지속하기 위한 작은 노력들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 ⟪심장에 박제된 빛덩어리⟫가 〈아는 여자〉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버섯같이 자란 나방들_Acrylic on canvas_31.8x40.9cm_2024
세 개의 시간2_Acrylic on canvas_145.5x112.1cm_2025
꽃가루를 옮기는 벌레들_Acrylic on canvas_지름40cm_2024
비에 젖은 날개를 말리는 비둘기_Acrylic on canvas_지름40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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