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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속 주인공들이 서툰 공연을 시작한다. 포식자를 만난 약한 동물처럼 두려울수록 몸을 부풀리고 목소리에 힘을 준 채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초조함을 가려본다. 잠시 허공의 빈 곳을 응시한다. 밤새 외운 지문이 생각나지 않을 땐 각본에 없는 대사를 뱉고 한번 크게 웃고 박자를 이탈한 춤을 추면 그만이다. 사실 모든 건 의도된 것이다. 일단 그렇게자신부터 속인다. 그러나 큐(cue)와 컷(cut)이 없는 끝나지 않는 장막극은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떠밀려 올라온 무대 위에서 재촉하는 목소리와 지켜보는 눈동자를견딜 뿐이다. 주인공은 낯선 모든 것들과 부딪친다. 아니 그가 바로 가장 낯선 존재이므로 세상이 이 자와 부딪혀 파열음을 내며 튕져겨 나간다. 자신이 누구였는지 잊을 만큼 극에 충실해지면 단말마 비명조차 소음이 되어 사람들이 수군대는 바로 그 이름이 된다. 의지와는 상관없는 격려와 힐난이 메아리처럼 떠돌고 해석불능의 이물감은 내부와 외부에서 오해의 틈을 성실히 메꾼다. 쏟아지는 박수와 조롱을 참을성 있게 견디면 축제의 장에도 어둠이 온다. 조명 꺼진 무대 아래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 처음과 끝을 아는 유일한 관람자. 두 사람이 거울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다. 서늘한 시선과 무거운 침묵 속 그들은 서로 심문하고 추궁당한다. 밤새 연민하고 원망한다. 그렇게 한참 동안 안과 밖을 넘는 힘겨운 눈 맞추기를 멈추지 못한다.

 정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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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ht or Waltz_162x130.5cm_acrylic on canvas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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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깐을 위하여_150x200cm_acrylic on canvas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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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 수 없는 밤_121x126cm_acrylic on linen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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