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운 나무가 있다. 나의 불안과 두려움은 깊은 그늘 아래로 보내버리고 품을 내어준다. 그럼 염치도 없이 받아 눈을 감는다. 숨 쉬는 게 한결 편안해지고 들뜬 가슴이 가라앉는다. 바람이 불면 부드러운 물은 더 큰 물이 있는 곳으로 바다로 나아간다. 그를 따라 아무도 모르는 깊고 평안한 수면 아래에서 나는 자유롭고 완전하다. 그 안에서 당신과 같아지기를, 어리석은 내가 순리를 배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붓을 든다. 각각의 마음을 가졌기에 인간은 자연과 다른가. 그렇다면 인간의 마음은 축복인가, 형벌인가.
자연은 내게 영원한 경외이며 동경이다. 인간은 처음부터 자연에 속해 있으면서 스스로 가장 먼 자리를 택했다. 한 발만 내디디면 테두리 밖으로 튕겨나가 영영 돌아오지 못할 아주 먼 자리. 인간이 밉고 원망스러운 만큼 가엾다. 모순되고 부딪히고 사랑하는 죄책감의 관계.
그럼에도 조화를 꿈꾼다.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자연을 향유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그럴 수 있다는 소망은 버릴 수 없는 꿈이다. 한 번도 구한 적 없음에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넘치게 쥐여준 자연의 순수함과 넉넉함에 예의를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논에 물대는 계절_121×61cm_장지에 한국화 채색_2022
물의 찬미_65.1×50cm_장지에 한국화 채색_2022
달의 궁전_90.9×60.6cm_장지에 한국화 채색_2022
잠 못드는 찬란함_72.2×50cm_장지에 한국화 채색_2022
최후의 섬_90.9×60.6cm_장지에 한국화 채색_2022
동경_60.6×90.9_장지에 한국화 채색_2022
해방감 121×61cm 50호 변형, 장지에 한국화 채색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