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to/verso’는 우리말의 ‘앞/뒤’에 해당하는 프랑스어이다. 구조적으로 ‘-ecto/-erso’의 유사한 음절을 공유하지만 각각 ‘r’과 ‘v’를 통해 ‘앞과 뒤’와 같은 다른 의미를 구성한다. 동전의 앞/뒤, 책의 앞/뒤는 공존하는 구조속에서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은 단순한 행위를 통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적 이미지(풍경, 오브제, 도구 등)속에 존재하는 고정된 인식에 '단순한 조형적 장치’와 함께 작은 진동과 균열을 시도한다. 작품은 유리, 파라핀, 그림자, 나침반 등의 일상적 요소들로 구성되며 구성 요소들간의 “전환, 병치, 대비” 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미묘한 유희에 관한 것이다. 작품속 그림자와 사람의 위치가 바뀌거나, 유리와 거울에서 느끼는 빛과 공간감, 그리고 깜박이는 점을 통한 시간의 ‘미끄러지짐'…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경험적 지각을 바탕으로 이미 가지고 있던 인식, 그 익숙함의 이동과 변화에 관한 것이다.
■ 송윤섭
recto / verso _ 김수지 x 송윤섭 _ 2017
나의 작업은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들(everyday objects)”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설치)공간에서 배열과 결합의 논리를 바탕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조형적 가치를 탐구하는 것이다.
작품에서 사용되는 재료들은 창문의 유리, 화장대의 거울, 초의 파라핀, 옷장 속 나프텔렌, 필라멘트 전구 등과 같은 것들이다. 생활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재료들은 그 사용 목적으로 인하여 애초에 조형적 의미와는 거리가 먼 형태로 가공되고 존재한다. 작업을 구성하는 “일상의 사물들(everyday objects)”은 작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적극적인 조형적 가공 보다는 작은 “물리적 전환(physical shifts)”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물리적 전환(physical shifts)”은 조형적 가치가 없는 물건들을 새롭게 가공하여 예술의 형태로 승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이질적인 것과 동질적인 것의 병치, 대비, 대조 그리고 재료의 특징을 활용하는 것으로, 조각적 시도가 아닌 존재하는 것을 이용한 단순한 “물리적 전환(physical shifts)”이다.
김수지_무리수적 소네트(1)_유리_가변크기_2017
김수지_무리수적 소네트(2)_유리_가변크기_2017
김수지_사물을 보는 연습_거울, 밀가루_가변크기_2017
<‘리듬과 반복적 비트’로 만들어지는 ‘인식의 작동 방식’에 대한 탐구>
나의 작업은 일상에 존재하는 리듬을 방향 또는 비트의 변화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요소와 결합의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만들어지는 인식의 작동 방식을 탐구한다. 예들들어 걸어가는 행인들의 리듬은 거꾸로된 앵글에서 그림자 속으로 흡수되며, 회색의 실루엣은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하얀 화면속에서 깜박이는 점은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움직이며 절대적 시간의 리듬에서 상대적 리듬으로 전환된다.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회전판 위에 놓여진 나침반은 방향을 찾으려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신의 함정에 빠진다.
반복과 특정 움직임의 질서로 만들어지는 리듬은 인식 작용의 기초를 이룬다.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방식과 구구단을 외우는 과정은 반복을 통해 이루어진다. 루틴으로 이루어진 일상에는 이러한 반복과 리듬이 존재하며 이는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인식의 구조를 이룬다. 나는 작업을 통해 이런 인식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며 때로는 다양한 요소의 결합을 통해 일반화되고 패턴화된 리듬에 혼란 주기를 시도한다. / 송윤섭 - 작가노트 중
송윤섭_00: 03: 00_단채널영상_00: 03: 00_2017
송윤섭_la marche grise_단채널영상_00: 02: 08_2017
송윤셥_orientation_나침반, 모터, 나무_가변크기_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