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휘, 나광호, 남학현, 손경환, 진형주 / installation / 2010.06.25 - 2010.07.11
회화가 어느 때 보다 잘 팔리고 있지만, 그림의 속성은 현실의 사실관계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 리히터의 고백처럼, 그림은 철저하게 바보짓이다. 화가는 몸짓을 통해 화면에 관능적인 세계를 투사하지만 회화는 유령처럼 세계 속에 부유하고 있다. 잡히지 않는, 이 비실제적인 본성은 회화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회화를 받치고 있는-만들어낸 실재(實在-인간의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세계)의 것들을 귀환해 보자. 화이트 큐브에 걸려있는 매끈한 표면으로부터 수면 속 백조의 정신없는 물장구를 찾아내보기로 한다. 단지 드로잉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껄끄러운, 회화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들을 발견하는 일이다. 완성 후 작업실 구석에 처박혀 있을 이것들은 잔해이자 회화를 만들어 낸 실체들이다. 신분이 뒤 바뀐 왕자와 거지처럼, 완성된 회화들은 구석에 던져두고 그것의 흔적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보자.
/ 김선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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