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er calm
송지원展 / SONGJEEWON / 宋智元 / sculpture2011_0617 ▶ 2011_0628 / 월요일 휴관
피에타_치과용석고_840*810_부조_2011
대한민국 조소학과의 영원한 숙적, 고대 그리스로마부터 헬레니즘 후에 이르는 르네상스까지... 나름 조각의 시대적 포인트라며 마치 군에서 이등병이 군가를 외우 듯, 의무 방어를 해야 할 것만 같은 예술 창작의 배경. 학습 된 어떤 무게감에 누구도 건들지 않는 닳고 닳은 과거의 소재를 사용. 내가 처음 송지원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본 첫 느낌이다. 오히려 반복되지 않아 신선 할만도 한 옛 조각상들에서의 모티브는 여전히 나에게 고리타분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왜? ... "부드럽잖아요."
피에타_치과용석고_840*810_부조_2011
● 송지원 작가가 선택한 고대 조각상들은 역사적 흐름이나 조각의 철학적 기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부드러움을 좋아하는 작가의 입맛 중 하나이다. 사실 고대 예술품에서는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측면 중 인간을 다스리고 벌하는 공포라는 요소도 있지만, 옷의 주름들로 인해 대상의 실체를 미시적으로 감추는 효과도 놓치고 있지 않다. 허나 작가는 위와 같이 감추어진 추론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느껴지는 조각상들의 옷 주름에서 작가가 원하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다. 돌을 깎고 다듬는 것은 조각 자체의 파괴적 행위와 동시에 오랜 반복과 연마를 통해 혼을 다하는 정신적 수양으로까지 번진다. 작가는 거대 조각상의 전체에서 옷 주름만을 부분적으로 재연하며 깊은 내면을 함께 만든다. 그것이 작가가 창작을 하는 현재의 이유이고, 보여주고자 하는 이데아라 한다.
달_치과용석고_1000_부조_2011
● 옷 주름의 부드러움은 작가에게 공간을 넘나드는 초자연적인 힘을 표현하고픈 욕심을 부리게 했다. 작가는 부드러움 자체를 탐미한다. 자신이 탐미하는 대상에 대한 어떤 신의를 갖고 있다. 그 대상에 대해 본질을 찾거나 분석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교감을 나눈다. 부드러운 어떠한 대상이 그녀에게 위로가 되고 정신적인 기반이 되는 것이다. 고대 조각상을 표방하여 연마되는 창작의 과정을 통해 정신적인 통달을 할 수 있을 법한 비종교적 수단을 발견한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가 옷 주름에서 발견한 미적 부드러움은 부분적 재연만이 아닌 공간의 경계를 만든다. 일각으로만 보여질 매개부분들은 보이지 않는 공간성의 초자연적인 힘을 관객들로 하여금 느끼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네모반듯한 공간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처리하여, 일각 뒤에 숨겨진 상상속의 공간과 상대적인, 현재의 공간을 다시한번 보여준다. 3차원적인 조각과, 일차원적인 부조를 동시에 창작하며 공간의 스펙트럼을 나누어 본다. 물리학적인 근거도 없는, 작가가 상상하는 부드러움이란 공간을 막 만들어 낸다. 생각은 하지만 사고엔 익숙하지 않은 작가의 스타일이 반영된다.
피에타_치과용석고_840*810_부조_2011
● 송지원 작가는 시끄러운 걸 싫어한다, 정적이고, 고요한, 적막까지도 상관없을 정도로 차분함에 대한 인내가 익숙한 사람이다. 작업의 전 과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가끔 들려 연마되어지는 작품들을 보면 작가가 원하는 작품과 과정이 지행합일로 느껴진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을 전시를 상상해 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작가의 아날로그한 조각적 모태가 좋다. 송지원 작가가 플레이스막에서 펼칠 주름들이 부드러움의 경이를 주름잡길 바란다. 이너피이스~ ■ 유디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