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넌 고양이냐 호랑이냐
03.06-03.22, 2012
opening reception 6pm 03.06
우걱우걱_캔버스에 오일_60x72cm_2011
넌 고양이냐 호랑이냐
220v
저 가늘고 쫙 찢어진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 좀 보게.
영락없이 왕후장상감 이로다.
밧줄에 묶여있으니
그대여
더욱 빛이나요.
해는 지고, 돌은 반짝이고, 동전은 달구어지고
마셔요
잔에 금이 갈 때까지.
살짝
날카로워 지는 것은 발톱
네 발로 기어다니거나
하늘을 향해 으르렁
거리거나
나는 곧 바닥으로 쓰러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켜져 있기를
우걱우걱
당신 아직도 이빨이 남았나?
꿈이나 꾸시지! 이 작은 아가씨
그 누구도 네게
마이크를
건네려하지 않았네.
무너졌다가, 무너졌다가,
영차
다시 무너졌다가
영겁의 브로치
먼지 속에서 뒹굴라.
구르고 또 구르라.
몇 번이고 다시 구르라.
그의 마음속에
서서히
파도가 몰아친다.
당신 아직도 이빨이 남았나_캔버스에 오일_72x91cm_2011
영겁의 브로치_캔버스에 오일_60x72cm_2011
영웅담_캔버스에 오일_72x62cm_2011
밧줄에 묶여있으니 그대여 더욱 빛이나요_캔버스에 오일_53x68cm_2011
가끔 만연필로 글을 쓰다보면 글을 그리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글을 그린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주영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에 기본적으로 이미지를 다루지만, 이미지 못지않게 텍스트도 비중을 두어 그린다.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 작가가 생산한 텍스트를 수집해 보았다. 캔버스에 그린 텍스트부터 시작해서 전시된 작품의 제목까지 모으니 문장 간 상호 맥락 없는 하나의 글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모호한 이미지보다 텍스트를 한데 모아놓고 보면 해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100% 믿어선 안 될 것이다. 작가는 이미지를 보완하기 위해 텍스트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 이미지와 동등한 수단으로 텍스트라는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 눈앞에 놓인 텍스트 덩어리는 구태의연한 설명문이 아니라 단일한 상징물이다. 이 전시에서 서문의 역할은 그림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해석의 여지를 더욱 풍부하게 하는데 있다. 정보의 틈 속에서 작가의 의도를 자유롭게 상상해보길 바란다. ■박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