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은 떨림의 울음소리가 가득한 밤_digital pigment print_ 180x120cm_2018
새해 첫날의 멧부리_digital pigment print_180x120cm_2015
운디드니 / 강정을 촬영하며 자연스럽게 미국 원주민들이 떠올랐다. 사진들에 운디드니 라는 이름을 붙이고 아픈 역사가 반복되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또 한편 이름 때문에 아직 오지도 않은 비극 속에 박제되어 계속 갇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미안함이 들곤 했다. 결국 운디드니라 는 이름을 버리고 검은언덕 너머, 반복된 신호 등으로 부르기로 했다.
망루에 오른 카약_digital pigment print_120x80cm_2015
평화는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야 있다_digital pigment print_120x80cm_2015
깨진 네온사인 (repeated signal) / 사진집 ‘반복된 신호’의 출간연계전시를 위해 repeated signal 네온사인을 제작했다. 한 달가량 서대문에서 열렸던 전시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강정 으로 이어졌다. 서대문에서 그리고 강정코사마트 사거리 에서 밤새 깜박이던 네온사인은 전시 를 마치고 서울로 오는 도중 깨지고 말았다.
바람섬2_digital pigment print_100x66.7cm_2017
몇 주 후 강정 앞 바다에 핵항공모함을 비롯한 수십 척의 군함이 몰렸다.이물감 / 결국 현실이 되어버린 디스토피아는 상상했던 것 보다 더 절망적인 모습이었다. 웃는 얼굴로 짓밟고 철저히 고립시킨다. 어떠한 절차도 없이 군함에서 나와 서귀포 시내를 활보 하던 미군의 입에서 나온 말 “너희는 노예다”. 사람들은 카나리아들의 울음소리를 무시하고 전쟁무기위에 올라타 사진을 찍는다. 허울 좋은 평화의 섬 제주. 이곳에 앞으로 계속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니 몇 년째 없어지지 않는 목 안의 이물감이 더욱 단단해 지는 듯하다. 말로 행동으로 표현되어지지 못한 감정들은 쌓이고 또 쌓인다.
태풍이 오는 길_digital pigment print_2014
틈 / 마을을 돌아다니며 만났던 불길한 신호들 사이사이 그리고 몸부림과 울음 그 사이사이 위로가 되는 순간들, 버티게 만드는 힘. 그 무한하게 점철된 고통사이의 틈. 그 틈을 포착하고 벌리고 만들어내는 것. 고통에 함몰되지 않도록, 비극 속에 갇히지 않도록.
거기, 반짝이는 / 부서지고 무너지고 깨지던 그 순간. 고개를 들어 바라본 거기
● 이우기
무엇인가
반짝인다
-한 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85p 저녁의 소묘4 -
뿔_digital pigment print_60x40cm_2015
거기, 반짝이는_digital pigment print_60x40cm_2018
서성거리는 남자가 있을 테다. 그리고 그 곳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모종의 사건이 일어나는 중이다. 물론 이 사건은 추상화할 필요 없는 선명한 시간에 걸친 일이지만, 우선은 사건의 주변에서 카메라를 메고 있는 남자로 다시 회귀한다. 그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그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6여년에 걸쳐, 많은 이미지를 사진기로 포착하고 보여준다. 바닷가의 풍경이였다가, 이국적인 식물이 바람에 나부끼다가 , 숲 속에서 숨을 고르는 인물이 나타났다가, 삼삼오오 모여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 등 그 맥락이 붙잡힐 때 즈음 사진이미지는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카메라를 맨 이 남자의 시선을 조금 더 따라가 보니 긴 시간 동안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의 내부자 혹은 외부자로서 건져 올린 내러티브를 애써 조각내었거나, 혹은 조각난 시선으로 발견한 것이다. 강정마을의 시민들, 활동가, 경찰들이 잠시 무대를 벗어난 배우들처럼 잠시 방전되어 있거나 쉬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그러한 풍경들은 인물들도 나무, 강아지, 돌과 병치되어 하나의 이야기가 연결된다. 사건현장과 인접한 풍경이미지는 부재된 사건의 이야기를 강화시키며 발화한다.
구럼비 바위의 발파 소식을 들은 이우기 작가는 특정한 계기 없이 어느 날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주민과 국가의 갈등사이에 끼여 들었다. 개인적인 얽힘도, 특별한 연고도 없는 순수한 충동이 그를 제주도의 강정마을로 이끌었다. 섬의 끝자락에 펼쳐진 디스토피아를 붙잡는 이우기 작가의 카메라는 도식화된 풍경이미지를 빠져나와, 목도하는 시선으로 머무른다. 무슨 말인가 애써 건네는 듯한데, 선명하지 않다. 먼저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 거기, 를 바라보기로 한다. 거기, 반짝이는
● 김민이 / 플레이스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