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환

 

 

일상의 주술적 기록

 

 

Aug 3 - 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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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블록버스터급 전시인 <인체의 신비전>에서 관객들이 느끼는 감상은 단순히 신비로움 뿐일까? 현세대가 아무리 자극적인 리얼버라이어티에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전시에 사용된 벗겨진 피부 안쪽의 붉은 근육과, 해체된 장기를 본다면 윤리적인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내 할아버지나 친구의 시신이 전시돼도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겠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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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고기반찬을 먹으며 애완동물을 키운다. 하지만 어렸을 때 시골에서 키우던 동물을 잡아먹은 기억이 있는 작가는 이를 상충 시키지 않는다. 사육 안에서의 애완은 인간의 자연스런 본능적 감정이다. 이분법적으로, 영장류와 비영장류로 동물을 나누는 것이 오히려 본질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작가는 인간이나 애완 동물이나 혹은 고기 반찬이 될 가축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기 마련인 가죽 안쪽의 조직(혈관, 근육, 내장 등)을 나열함으로써 이들이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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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유사함을 말하려고 부적종이 위에 붉은색 안료로 인간의 장기와 동물의 장기를 무수히 드로잉했다. 때문에 부적 종이 위에 그려진 내장들은 혐오스러운 동물의 사체로 여겨진다기보다 주술적인 기호나 상징으로 느껴진다. 전시장의 또 다른 공간에 집적된 드로잉을 보는 관객은 오히려 신성하거나 경건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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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나 병듦(수술)’을 연상시키는 내장들은 수많은 부적 위에 그려져 그 느낌을 사라지게 한다. 디테일하지 않은 내장 드로잉들은 연출된 공간 속에서, 아마도 내장에 대해 처음 느껴보는 호기심부터 생명 본질에 대한 무궁한 상상력까지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실제로 필자는 본인 몸속의 장기들과 작가의 드로잉을 감성적으로 일치시켜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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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동물과 인간(비영장류와 영장류)이 다르다는 통념을 이 드로잉을 통해 단순히 뒤집으려는 것이 아니다. 다른 종의 생명체를 이용해, 그것을 바라보는 억지 금기로 둘러싸인 인간끼리의 위선을 들추려는 것이다. 인간의 이중성을 노골적인 표현으로 제시하려는 것이다. 설치된 작품 중 심장이 몸밖으로 나온 인형은 사물에 대한 인간의 사고까지 환원시키려는 것이다. 혐오의 대상은 몸밖으로 흘러내리는 내장이 아니라, 영장류를 절대적인 존재로 착각하는 인간의 오만함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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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환 작가의 이번 기록을 통해 내 속에 있는 오만함부터 뿌리 뽑아 보고 싶다. ■유디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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