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원 

   

 

Ouroboros 

 

Nov 13 - 27, 2013 12pm-8pm

 

Opening reception Nov 13 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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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m Glass, Iron sulfate(FeSO4), Water, EEG Data, Electronics, 28 x 22 x6cm, 2012 


파동의 정원

우로보로스(Ouroboros)"라는, 한때 카오스 이론이 대중화 되기 시작했을 무렵 자주 하나의 상징으로자신의 꼬리를 물고있는 뱀을 뜻하는 그리스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시간의 영원성을 뜻하기도 하고 혹은 어떤 의식의 흐름을 묘사하기도 하며, 때로는 폐쇄회로 안으로 피드백되어 지는 끝없는 안으로의 끌개(Attractor)를 의미하기도 하는 이 우로보로스가 이번 전시의 제목이 된 데에는, 아마도 작가의 작품에 관람자가 하나의 행위자이자 작품이라는 하나의 대상과 매듭(Knot)이 되어지는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적인 구도가 특징되어져 있지 않아서 일까 생각해본다.

전시장에는 여러 겹으로 겹쳐진 유리에 채집된 식물들처럼 보이는 오브젝트(Mneme, 2012)와 뮤직박스에 연결된 왕관(희망의 뮤직박스, 2009)이 마치 하나의 수수께기처럼 배치되어 있다. 작가는 어떤 보이진 않는 통로들을 작업에 숨겨놓은 것 같으나, 무심코 왕관을 머리에 쓰자 갑자기 뮤직박스가 진동하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소리의 파장이 전시장에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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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뮤직박스 - Interactive Installation

Kalimba, Motor, EEG(Electroencephalography), Electronics, Wood, Steel. 13 x 18 x 12cm, 2009

 

              

희망의 뮤직박스(2009)는 왕관을 썼을 때 연결된 기계장치를 통해 왕관을 쓴 이의 뇌파 신호가 수집되고 그것이 다시 전류로 증폭 변환되어 아프리카 전통 악기인 칼림바(Kalimba)로 연결된 막대기를 움직이게 함으로써 악기를 연주하게끔 한 것으로, 이때 연주되는 음악들은 다시 관람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치 스스로 제어 불가능한 뇌파, 근육의 움직임, 피부 전도 등을 피드백을 통해 다시 영향을 줌으로써 제어하는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처럼 관람자가 뇌전도(electroencephalogram/ EEG)를 통해 기계와 연결됨으로써, 관람자의 변화를 작품에 영향을 주고 그 변화된 영향이 다시 관람자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하나의 우로보로스의 고리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뇌파는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무작위로 추출되어 뮤직박스의 메카닉을 움직이게 하고 그 움직임은 소리로 변환된다. 이러한 희망의 뮤직박스에 숨겨진 알 수 없는 블랙박스 안의 전환이 향하는 속성들은 그것이 심지어 그변화자체가 하나의 은유를 내포한다 하더라도, 마치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선율에 작곡가 주체의 심리적이거나 정신적인 상태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온전히 읽을 수 없는 것처럼 관람자의 소망을 그리거나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이미 하나의 인터페이스로서 착용되어지는 왕관처럼, 희망의 뮤직박스는 진실을 노래하고자 하는 자신의 임무에 이미 하나의 역설(Paradox)의 구도가 내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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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neme

Glass, Iron sulfate(FeSO4), Water, EEG Data, Electronics, 28 x 22 x6cm, 2012

  

 

그리스 신화에서 기억을 주관하였던 여신과 같은 이름을 지닌 작품 므네메(Mneme, 2012), 작가 자신이 어떤 특정의 기억을 떠올린 순간의 뇌파를 뇌전도 장치를 통해 하나의 데이타로 변환한 후 전기신호로 바꾸고, 그 전기신호는 용액에 전기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결국은 기억을 하는 행위 시에 발생하는 파형들과 용액의 전기분해를 통해 생성되는 결정이라는 일종의 앙금이라는 물질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마치 유리에 채집된 식물 모양의 오브젝트는 여러 겹들 사이에 얇은 선들과 오래된 바위에 자라는 이끼와 같은 모양의 결정들이 보이는데, 그것은 작가의 뇌파를 전류로 변조(變調)하여 전기화학반응에 의해 결정 맺어진 하나의 물질적 은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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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neme

Glass, Iron sulfate(FeSO4), Water, EEG Data, Electronics, 28 x 22 x6cm, 2012

 

화학 용액이 채워져 있는 직사각형의 작은 유리 수조 안에는 15장의 얇은 유리판들이 겹쳐져 반쯤 잠겨져 있고 용액들은 유리막 사이를 타고 전체의 유리겹에 퍼진다. 이 유리판 사이에 준비된 얇은 구리선들을 통해 전류가 흐르는데 이 전류는 작가의 뇌전도(electroencephalogram)가 저장된 SD카드의 데이터들을 전기 신호로 증폭한 것으로, 이 전류가 화학용액의 전기분해를 가속화 시켜 결정을 자라나게 하는것이다.

이번 전시에 최종원 작가가 자신의 독일유학시절부터 작품의 주요 매체로 사용하는 뇌파와 기억은 우로보로스의 또 다른 상징이 거대한 역설을 의미하는 것처럼, 어떤 시작도 끝도 없이 작품의 액체처럼 존재할지 모른다. 그것은 메마르기도 하며 유리의 사이를 모세혈관 작용처럼 타고 흐르며 우리가 경험한 순간과 다르게 자신의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킨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기억은 주체에게 경험된 혹은 상상되어진 세계의 고착된 심상이며 작가가 의도한 물질화 된 은유를 위한 여러 행위들은 결국 기억을 떠올렸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인 전기신호이자 유리상자 안의 상상의 정원을 자라게 하는 파동인 것이다.

박정연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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