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매 Jeemae
Shiva Hurricane
June 11 – 25, 2014 12pm-8pm
지매_<His Tear>_인도, 네팔 등지에서 모은 골동자연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4
지매 작가는 인도에서 살고 있는 작가이다. 3년 전 처음 지매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작가와 같은 유목적인 자유인을 부러워하게 되었었다. 전시를 함께 하기로 결정하고, 가끔씩 귀국을 하면 갤러리에 들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몸이 말라가는 작가를 마주하며, 살이 빠지는 이유를 물었었다. 작가는 ‘이유를 모른다’ 대답했고, 나는 그저 인도생활이 고되겠거니 했다.
지매_<Shiva Mandala>_인도, 네팔 등지에서 모은 골동자연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4
지매_<Shiva Flower>_인도, 네팔 등지에서 모은 골동자연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4
작년에 개인적인 이유로 인도를 여행할 일이 생겼는데, 지매작가가 동행해 주었고, 동시에 전시를 위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종종 작업에 대한 이야기중에 Shiva와 Mandala와 Om과 Chakra와 Sadhu와 Mount Kailash와Trishula 등과 같은 단어들을 쏟아내며 자신의 작업세계를 표현하였다. 인도의 역사와 힌두라는 종교의 무지로 알아들을 수 없는 나를 탓하며 꼼꼼히 받아 적기만한 기억이 있다.
지매_<Blessing Rain>_인도, 네팔 등지에서 모은 골동자연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4
전시 날짜가 가까이 다가오며, 진행상황과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인도에 있는 작가와 나는 온라인을 통해 자료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전에 나는 무지들을 없애야만 했다. 시바는 인도 신중의 파괴의 신이고, 만다라는 고대 인도 산스크리트어로 원(Circle)을 의미하며, ‘중심과 본질을 얻는 깨달음의 길’ 이라는 뜻이다. 옴은 간단히 기도문구 전에 제창하는 종교적인 성음(聖音)이고, 챠크라 역시 산스크리트어로 원 또는 바퀴를 의미하며, ‘챠크라 체계’ 라 하여 물리적인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고도의 수련을 통해 정신과 하나로 연결한 후 무의식과 의식을 융합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두는 시바신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고행하는 행자를 말하고, 카일라스산은 아시아에서 가장 신령한 산으로 추앙받는 산이다. 트리슐라는 파괴의 신 시바가 쓰는 삼지창과 같은 무기이다.
지매_<바람이 시작되는 곳 별들이 휴식하는 곳>_인도, 네팔 등지에서 모은 골동자연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4
무지의 상태에서 들었던 위의 단어들을 처음엔 그저 종교적인 내용으로만 해석하려 하였다. 그러나 작가는 힌두라는 특정 종교의 이야기를 표현하려는 게 아니다. 작가는 무신론자이다. 인도에서 겪고 있는 인도인들의 삶을 보며 현대인들과 다른 소유에 대한 정신적인 가치의 개념을 짚어보려 한다. 현대 사회인들은 여전히 힐링과 웰빙을 삶의 행복지수로 측정하며, 정신의 안정과 몸의 조화를 우선시 한다. 문제는 누군가에게 받을 힐링이며, 무언가로부터 얻을 웰빙 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대상에서 비롯한 목적성이 아닌, 어쩌면 사회라는 벽이 차단해 버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기수행의 원초적인 본능을 일깨워 보고자 함인 것이다. 자아성찰을 통한 섭리와 순리에 대한 고찰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다. 이런 현대인들의 문제성을 교묘히 이용하는 매스미디어들은 오히려 현대문명의 발달로 인한 자아의 틈을 정신적으로 채우라 하며 새로운 문화코드로만 유행을 시킨다. 인간의 사유 능력을 말살시키는 사회에서 작가는 전시를 통해 정신적인 쉼터를 마련하고자 한다. 자연에서 온 재료와 골동물에서 오는 오랜 시간성을 펼쳐놓고 관객들에게 잠시나마 인간의 본성인 자연치유에 대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유도한다. 이국적인 전시장의 풍경에 시각적으로 매료되는 상황 또한 어쩌면 갤러리 공간에 잠시 머물며 잊을 세상에 대한 작가의 의도일 수 있다.
지매_<긴 머리에 꽃을 꽂고 휘파람을 불며 나를 어여쁘게 불러주시는 분>_인도, 네팔 등지에서 모은 골동자연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4
이 글을 쓰며 작가의 체중이 줄어든 이유를 알거 같다. 물질적인 소유에 대한 집착이 아닌 챠크라체계에 대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오랜만에 컨템포러리에서 벗어난 원시적인 문제제기에 오히려 진화가 되는 상태를 느껴본다. ■유디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