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말>은 이재헌과 장파가 ‘그림’과 ‘화가’를 주제로 나눈 필담에서 시작한다. 이 대화는 그리기의 실제적인 과정, 화가라는 자의식 그리고 이미지와 회화의 계보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각자 작업에 비추어 화가의 언어로 풀어보려는 시도와 같다. 그들은 회화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고민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현대미술 속에서 ‘회화’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를 탐구하고 있으며, 두 화가의 이야기는 동시대 회화의 양상에 대한 분석과 회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이재헌_꽃밭 Garden_oil on canvas_150 x 190cm_2013-9
이재헌_자화상 Self-portrait_oil on canvas_41 x 32cm_2019
회화의 가능성을 화가의 몰입과 실존적 붓질에서 찾는 이재헌과 여성의 억압된 감각을 회화적 감각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회화에 대한 젠더 편향적 비평 언어에 관심을 두는 장파의 대화는 결국 ‘회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여정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회화라는 매체가 이미 낡은 것으로 여겨졌던 시절을 지나왔음에도 여전히 ‘회화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며, 매체에 대한 자의식과 본질을 계속 캐묻는 것을 통해 회화 자체가 낡은 것이 아니라 회화를 다루는 틀이 낡은 것은 아닌지 질문하기 때문이다.
장파_Post-it_Charcoal and Acrylic on paper_220 x 314cm_2019
장파_Studies for the Baubo series_Charcoal on paper_76 x 56cm_2019
장파_Studies for the Baubo series_Charcoal and Acrylic on paper_ 76 x 56cm_2019
장파_Studies for the Baubo series_Charcoal on paper_76 x 56cm_2019
장파_Studies for the Baubo series_Charcoal and Acrylic on paper_ 76 x 56cm_2019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화가가 마주하는 실제적 고민은 그림 안에 숨겨져 있다. 가령 색채의 조합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선택되고 결정되는지, 붓질은 화가의 몸과 감각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화가가 회화에서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작품으로 ‘말’하고자 하는 화가의 숙명이거나 미처 듣지 못한 질문이기에 답으로 말할 수 없었던 것이 이유일 것이다. 이번 전시 <화가의 말>에서 이재헌과 장파는 비평과 담론이 비껴간 화가의 고민과 ‘그리기’라는 구체적 과정에 대해 더욱 정교하게 접근하여, 매체로서의 회화와 각자의 작업을 다양한 층위에서 바라보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회화의 역사가 가진 무게를 감당하며, 쉽게 언어화되지 않는 이미지 고유의 영역으로 진입하기 위해 붓이 아닌 언어를 도구 삼아 그 세계를 조형해보는 미완의 시도라 말할 수 있다.
장파
이재헌_앉아 있는 여자 Woman sitting_oil on canvas_100 x 73cm_2018
이재헌_뷰어013 Viewer013_oil on canvas_190 x 150_2019
이재헌_남겨진 얼굴 Remnant_oil on canvas_45.5 x 38cm_2019
이재헌 X 장파_화가의 눈_출판물 가변설치_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