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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심 #1_oil & acrylic & pen on canvas_145.5×112.1cm__2015
에메랄드 심 #2_oil & acrylic & pen on canvas_145.5×112.1cm__2015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사회로 부터 뻔한 요구들을 받는다. 우리의 부모가, 그 이전 세대가 그러했듯이 어쩔 수 없음을 들며 수용한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보편적인 수순을 밟아가면서 옆 사람 그리고 이전의 사람과 닮아간다. 안정된 삶의 추구는 적당한 의무와 책임에 집중하게 한다. 이는 사회적인 것으로 자발적인 개인의 욕구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고민이 멀게 느껴진다면 누가, 언제든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질문을 하려 한다. “하고 싶은 걸 해야 할까? 아니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할까?” 청소년기부터 시작되는 이러한 질문은 우리 현실의 삶과 자신의 욕구 사이의 답 없음을 증명하듯 고민으로 이어진다.
에메랄드 심 #3_oil & acrylic & pen on canvas_162.2×112.1cm__2015
사회생활을 거듭 할수록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감에 우리의 욕구들은 지워져야 할 것이 되며, 발현되지 못한 욕구는 고여서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리고 다시금 고민에 놓이게 한다. 작가는 사회로부터 주어지는 정형적인 규칙 때문에 자신의 삶 속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것에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삶의 변환점에서 이 문제는 더욱 더 큰 압력으로 작용하며, 현실의 삶에서 요구되어지는 마땅함과 자기욕구의 발현 사이에 관해 고민하게 되었다.
삶의 무게는 시대를 초월하고 인종을 초월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으로, 마치 중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지구위의 삶과 같은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보편타당함은 신이 사라지고 계급이 사라져 모든 결말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우리에게 큰 불안으로 작용한다.
에메랄드 심 #5_oil & acrylic & pen on canvas_193.9×130.3cm__2015
작가는 이러한 삶의 무게로, 결코 발현되지 못하고 고여 있는 욕구들을 생명력을 가진 식물로 치환하여 캔버스에 담아냈다. 여행 중 눈길을 사로잡은 식물들은 생뚱맞을 정도로 척박한 불모지에서 생명력을 드러낸 왜소한 것들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하나씩 그려가면서 쌓아 올린 이질적 식물의 덩어리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조합으로, 약한 명암차이와 그림자의 부재로 더욱더 비현실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낯 설은 생명력으로 다가온다.
작가와 동일화 시킨 각각의 식물을 얇게 채색해 단숨에 캔버스에 그려낸 작업은 작가 스스로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명상적 수행의 방식을 닮아있다. 그렇게 쌓여져 세워진 식물 기둥은 정성껏 가꾸고 보듬어진 정원이 되어 현실의 무게로 힘든 삶을 떠받친다. 가상의 공간에 만들어진 초현실적인 정원은 유토피아처럼 현실에 실재하지 않는다.
바닷속에 가라앉은 전설 속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내가 고여 있는 그곳에 나만의 문명이 가라앉아 있고, 현실의 제약과 이상(理想)의 무게는 되려 균형의 힘으로써 그 유토피아를 건져 올리는 간절함으로 작용한다. 현실과 자아의 욕구에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전설을 대신할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이번 전시를 통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구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