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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태우고 떠다니는 재

모든 색이 타버리고 나타난 색

 

모든 욕심과 아쉬움을 내려놓고 힘을 빼었을 때, 마치 선물처럼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다. 나는 오랫동안 금속으로 만든 장신구 위에 색을 내는 방법을 찾아왔고, 요즘은 널리 쓰이는 옻칠을 물감같이 사용하게 되었다. 원하는 색을 얻기까지 실패를 거듭했고, 처음부터 다시 칠하기 위해 끈끈한 옻칠을 토치 불로 모두 태워버리고 세척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은연중 타고남은 옻칠의 잿빛 가루들에 매료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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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저 바다 깊은 곳 지구 내부에 숨어있는 마그마가 어떠한 지점에서 폭발해 분출되어, 무겁거나 혹은 가볍게 흩날려 떠다니는 ‘재‘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결국 화산재는 어딘가에 켜켜이 쌓여 이윽고 단단한 암석이 되고 굳건해지는 것 같이, 나의 작은 우주(장신구) 위에 견고한 색감으로 옻칠의 재 가루는 응고된 암석처럼 감싸주고 있었다. 태우는 온도에 따라 그리고 식히는 방법에 따라 제한적이지만 다양한 색감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절대적인 우연성에 의존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회화적인 요소로, 크기와 무게에 얽매여있던 나에게는 해소의 시간으로 다가왔다.

 

네 번째 개인전 ‘휴화의 바다’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심연 속 해저 아래의  마그마처럼, 평화롭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에 분출될 수 있는 잠재력과 뜨거운 열망을 내포한다. 잿빛 옻 가루는 오랜 시간에 걸쳐 무던하게 만들어진 화산재 지층같이 나에게는 이미 새로운 조형언어로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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