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입자>는 강화도에 거주하면서 느낀 공간의 시간성과 연속성에 대한 감상을 더 넓은 지역으로 확장하여 다양한 섬들을 리서치하고 작업한 결과물이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장소이지만 무게가 다른 추의 운동에 따라 작동하는 시계처럼 각각의 섬들과 도시는 다른 리듬과 색을 표현한다.
전시에서는 두개의 미디어 설치작업을 통해 물리적인 공간의 단절과 그 벌어진 간격을 연결하는 시간적 연속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Horizontal Parallax 지평 시차>는 지리적으로 떨어진 장소에서 느껴지는 시차의 감각을 하나의 구조물에 연결되어 있는 두개의 사운드 판넬을 통해 드러낸다. 각각의 판넬은 신호를 주고 받는 레이더 망처럼 특정 리듬의 소리를 파동으로 울리며 독립된 개체이지만 비슷한 생태적 리듬을 공유하는 섬들을 떠올리게 한다.
<Scattering Path 흩어지는 경로>는 이와 대조적으로 단절된 공간성에 주목한다. 전시공간에 울려 퍼지는 파도소리를 따라 깜빡이고 있는 영상은 파도소리가 커질 수록 눈을 감은 사람의 머리 속처럼 전시장을 어둡게 한다. 고립된 공간이지만 바깥 세상과의 연결고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섬 위의 삶처럼, 망향대에 서서 닿을 수 없는 땅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처럼, 전시장에서 영상 속 바다를 바라보는 관객은 파도의 호흡에 따라 옅은 숨을 쉬듯 희미한 공간에 있다보면 잡히지 않는 세상의 무언가에 연결되고자 하는 무언의 의식들을 경험하게 된다.
전혜주
Scattering Path 흩어지는 경로_영상 스틸 이미지_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