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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HIV 치료제 스트리빌드 복용을 시작하면서 복용사실을 잊지 않고자 시간을 기록하게 되었다. 이 기록 사이에는 작가 본인이 시간을 적지 못해서 혹은 기억하지 못하거나 약을 먹지 못해 남겨진 빈 공간들이 있다. 작가는 이 빈 공간에 사각형의 도형을 그려 넣었다. 시간이 적힌 숫자 사이에 공백을 담은 도형은 작가에게는 무수히 많은 감정들이 함축 된 문장들이다.  이 문장들은 작가 본인이 병을 인식하게 되는 상태이며 바이러스의 증식과 신체 상태의 변형이라는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의 감정이다. 
죽음이라는 피상적인 것이 실제로 다가오는 체험이다. 작가는 치료제를 복용한 시간을 적은 드로잉을 물감으로 종이 위에 옮겨 그리면서 그 위에 적혀진 숫자들을 덮고 지우며 도형만을 남긴다. 이 남겨진 도형들은 작가 자신의 작업이 언젠가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행위로 남겨지길 바라며 행하는 일종의 굿으로,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소외받는 감염인들의 고통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지길 바라는 행위이다. 훗날 HIV/AIDS 완치제가 개발된다면 사람들의 역사가 무수히 많은 망각의 시간을 반복하는 것처럼 이 질병도 더 치명적이고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해 단순한 과거의 질병으로 기록 된 텍스트로 남겨질 것이다.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그 날이 오기까지 HIV/AIDS라는 질병을 둘러싼 사회의 편견과 관념이 감염인들을 아무 것도 아닐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사회의 바깥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 질병을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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