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작가봉긋싫어 - 그녀를위한방展
2011.03.19-03.31 / 오프닝 리셉션 19일 18-20시 " 퍼포먼스"
,,,,그리고 막캠프를 가게 된다. 중간에 게임을 했는데, 게임을 한 후 이긴 팀은 김민정님의 시집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를 상품으로 받고, 그 시집을 읽고 3월에 막에서 전시를 한단다. 이긴 팀은 봉긋팀 이었고 난 그 팀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팀원 중에 막의 멤버인 막걸리가 있었다. 막걸리는 기획 측이라 전시에 참여할 수가 없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얘기하면 선착순으로 시집을 주겠다고 했다. 나는 또 틈을 봐서 얼른 시집을 받았다.
난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을 먹기 전에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디자인, 자연과학, 그리고 미술을 다 하고 싶어했었다. 그 여러 가지 중에서 선택한 것이 영화이고, 먼 훗날 기회가 된다면 다른 분야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호기심과 기대에 흥분했고, 기왕이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전시에 참여하기로 하고, 첫 모임이 있기 전날이었다. 대표를 뽑아야 하니 한 사람을 고르라고 연락이 왔다. 골라서 보냈는데, 잠시 뒤 전혀 예상치 못한 답장이 왔다. 내가 뽑혔다는 것이다. 헉! 그 순간, 팀장으로써의 책임감이 밀려왔고,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하게 되었다. 공동작업, 팀워크 구축, 프로젝트 진행 일정, 전시 비용, … 그때부터 내 목표는 좋은 미술작품을 만들어보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일이 잘 진행되도록 하는 것으로 바뀌어버렸다.
▲그녀를 위한 오브제 / installation / 2011
우리 작업의 가장 큰 문제는 공동작업 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떠올려보면 된다. 이젤에 화폭이 하나 놓여있고, 거기에 붓을 든 다섯의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 상상만 해도 현기증이 나지 않는가? 나는 몇 가지 영상작업을 공동으로 해왔기 때문에 그 어려움이 더 잘 느껴졌다. 영화나 공연, 오케스트라에는 연출자나 지휘자가 있다. 그런데 우리 전시는 그게 아니었다. 모두의 이름을 걸고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하지..? 나중에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그냥 팀이 와해되어버리면 어쩌나..? 내가 연출을 해야 하나..? 이 사람들은 그런 역할로 날 뽑은 것이 아닐 텐데..? 연출할 사람을 나중에 뽑아야 하나..? 와해가 되지 않으려면 서로 많이 친해져야겠구나……’ 여러 생각들이 스쳐갔다. 물론 이런 나의 걱정이 너무 과했다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지만..
<그녀가 처음…>시집을 읽는 중에, 단지 글을 읽었을 뿐인데도 토할 것 같은 역겨운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노골적인, 음악으로 치면 힙합장르 같은, 속사포 랩과 같은 시들이 많았다. 왜 이 화자는 이런 말들을 쏟아냈을까.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써 얼마나 힘들고 상처받은 일이 많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전시 회의를 진행하던 초기에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시 속에 나타나는 형상들을 그대로 표현하는 아이디어들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작품들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있지만 눈으로 보기에 아름답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게 된 고민이다.
그러다가 문득, <민정아, 미안해>라는 제목의 전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름다운 방을 꾸며놓고 상처받은 가상의 인물인 민정이를 위로해 주자는 것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게 바닥에는 복실복실한 털의 러그를 가득 채우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침대, 소파, 탁자 및 기타 가구도 놓는다. 가구를 전부 우리가 만들 수 없으니, 버려지는 가구나 중고 가구를 사다가 리폼을 한다. 이것은 헌 물건을 새것으로 만드는 행동으로, 재생의 의미도 갖게 된다. 나중에 다시 팔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꾸며야 편안한 느낌을 줄까. 밝은 톤의 원목이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꾸며놓으면 보통의 커피전문점과 다를 게 없지 않을까? 그럼 색을 하나 정해서 그 톤으로 방 안을 꾸미면 어떨까? 분홍색? 노랑? 초록? 주황? 이건 나중에 정하자.
이런 생각을 회의에서 처음 얘기하자, 분홍색에서 사람들이 웃고, 오히려 그것이 마초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아. 분홍색이 중요한 것이 아닌데. 그리고 듣고 보니 정말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거기다 상처받은 민정을 위로해주는 누드 퍼포먼스도 하면 어떻겠냐고 했으니, 완전히 금상첨화였다. 처음에는 모두 별로라고 했었는데, 몇 주 후에 갑자기 모두 대 찬성을 하며 결정을 해 버렸다. 어허.. 역설적인 메시지에 끌렸나 보다. 그런 팀원들의 해석대로 분홍방으로 결정이 되어 진행되었다. 정말 폭력성이 강해질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런 점이 논란거리가 되어 흥행에 성공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본다.
▲그녀를 위한 오브제 / installation / 2011
예술성과 상업성, 외설성에 대한 견해를 말하고 싶다. 간단히 말해 이 세 가지는 3차원 좌표계의 x, y, z축처럼 별개의 평가항목이다. 예술성은 높지만 상업성과 외설성이 작은 작품도 있고, 예술성이 높으면서 상업성과 외설성도 높거나, 혹은 외설성은 떨어지거나 하는 작품도 있는 것이다. 외설성이 높으면 꼭 예술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외설적이며 동시에 예술적일 수 있고, 외설적이기만 하고 예술성은 없을 수도 있다. 포르노는 상업성과 외설성은 매우 높지만, 예술성이 극히 떨어지는 작품이다. 예술성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다. 물론 외설성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전 누드 그림들은 예술성, 상업성, 외설성이 모두 높은 작품이다. 그 그림들의 상업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 경제 전문가에게 물어보라. 상업성이 높다고 꼭 예술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작품은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는 누드 퍼포먼스를 하기로 되어있는데, 그렇게 되면 외설성이 아주 높아진다. 부디 예술성과 상업성도 높아지기를 바란다.
항상 새로운 인생, 모두에게 즐거운 일이 펼쳐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직장인작가봉긋싫어
#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영화제작소 NU:N 이유선PD
추후 그녀를위한방展 전 과정에 대한 기록이 담긴 영상들은 다큐멘터리영화로 제작되어 공개될 예정입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