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프로젝트: 이웃의자
연남동 주민들

 

 

2011.12.04 - 12.09
Opening Reception 12.04 PM6

 

 

00_이웃의자_전시전경.jpg



 

 

주민을 위한 전시는 무엇일까? 유명한 냉면집의 냉면을 먹으려고 먼 곳에서부터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과 같은 전시를 만들고 싶었다. 문 앞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주문하기 전부터 배부르고 먹고 나서는 너무 행복해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싫은, 그런 전시를 만드는 플레이스막이 되고 싶었다. 장사가 잘 되려면 입소문을 타야한다는 상업적 논리에 부합하여 우리는 사업 시작 단계부터 주민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주민들의 입맛에 맞는 전시만을 하려하진 않았다. 주민들의 입맛을 고급스럽게 바꿔놓기 위해 우리는 비싼 식기류를 마련하였고 양질의 식재료를 사용하였다. 단 하나, 갖고 있던 금전을 전부 털어 전시의 완성도에 치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전시 관람 환경에 경미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01_금슬의자_노인호(놋 그릇 전문 기업 수부기 대표)_Chair Installation_가변크기_1996.jpg

금슬의자_노인호(놋 그릇 전문 기업 수부기 대표)_Chair Installation_가변크기_1996

 

 

약 1년 6개월 동안 플레이스막의 전시를 살펴보시던 주민들에게 우리는 역으로 붓대를 쥐어드리고 싶었다. 찬찬히 살펴보면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적잖이 돌아다니고, 대단해 보이는 작품을 쥐고 들어와도 오프닝 밤에는 어김없이 술에 취해 진상을 부리기도 하였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주민들에게 작가는 직업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뛰어넘기 힘든 존재임이 분명했다. 좋게 말하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멋진 사람들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돈도 되지 않는 것에 시간을 버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작가라는 직업군에 대한 주민들의 양분화 된 평가였으니까. 하지만 유일한 희망이라면 이제 그들의 인식 속에 혹은 생활 속에 작가라는 사람이 그려진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쉽게 ‘막걸리’라고 부르는 사람이 작가보다 그 수가 더 적은 큐레이터임을 생각해보면, 연남동 주민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가까이에 예술을 놓아둔 채 살아가고 있다.

 

 

02_인연의자_고일순(대우세탁소 35년째 운영)_Chair Installation_가변크기_미상.jpg

인연의자_고일순(대우세탁소 35년째 운영)_Chair Installation_가변크기_미상

 

 

이처럼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삶 가까이에 위치해있는 것. 이에 의자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오브제였다.

 

 

03_흔적의자_김희진(의류업종사)_Chair Installation_가변크기_미상.jpg

흔적의자_김희진(의류업종사)_Chair Installation_가변크기_미상

 

 

의자와 함께 의자에 담긴 이웃 주민의 추억을 들었다. 그리고 그 추억을 그대로 적어 전시장에 진열해 놓았다. 의자는 물건이기 때문에 세월에 따른 흠집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의자와 함께 생을 살아온 사람은 관련된 기억을 머리에 담고서 물건을 다룬다. 이 때문에 처음 물건만을 보았을 때와 달리, 이웃의 추억을 들은 후 물건을 봤을 때 느껴지는 의자의 아우라는 확장된다. 이는 내 의식 속 느낌의 확장이지 의자라는 물건 자체가 부풀거나 졸아드는 것은 아니다.

 

 

04_행운의자_임동혁(태국음식점 Tuktuk Noodle Thai 운영)_Chair Installation_가변크기_2011.jpg

행운의자_임동혁(태국음식점 Tuktuk Noodle Thai 운영)_Chair Installation_가변크기_2011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7-9번지 1층에 플레이스막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를 나는 지속적으로 생각한다. 표면적으로는 건물주 이복덕 할머니와 유기태 디렉터 간의 유효한 월세 협상 덕이겠으나, 넓게 생각해보면 플레이스막을 오고 가는 사람들이 연남동에 떨쳐놓는 모든 말과 행동이 주민들에게 적절히 포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믿음을 기반으로 우리는 이제껏 해왔던 ‘주민을 위한 전시’를 멈추고 ‘주민에 의한 전시’를 1주간 선보이려 한다. 이웃 의자展을 통해 작가들은 연남동 주민들이, 연남동 주민들은 작가들의 입장이 되어보길 기대한다. 그리고 인간과 인간 혹은 인간과 물건이 갖는 모든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플레이스막의 마음이 전시장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고이 깃들길 바란다. ■박세희

 

 

05_포탄의자_김민이(화가)_Chair Installation_가변크기_미상.jpg

포탄의자_김민이(화가)_Chair Installation_가변크기_미상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