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희

 

Moon illusion

만월의 환영

 

Sep 29 - Oct 10, 2012

Opening Reception 6pm Sep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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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_만월의 환영 Moon illusion_단채널 비디오 설치_00:05:40_2012

 

 

쇼윈도가 전면 암막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외부의 빛은 전시 공간으로 침입하기 힘들고 그 가운데 유일하게 출입을 허락받은 관객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선다. 가장 처음 관객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태아의 태동이 강하게 느껴지는 만삭 임산부의 배이다. 배는 폭발하기 전의 화산처럼 공간에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한다. 한 번의 숨만 더 들이키면 배를 찢고 아이가 밖으로 나올 것 같다. 임산부의 들숨과 날숨에 따라 아이의 몸은 반응하고 작게는 어미와 크게는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듯 보인다. 한참 영상을 보다 영상을 반사하는 액체가 전시장 중간에 있음을 확인한다. 이 액체는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맡을 수 있는 특유 악취의 근원이다. 액체가 담긴 시멘트 바닥을 뚜렷이 볼 수 없는 것으로 보아 액체는 물보다 더 탁한 물질이다. 이것은 바로 출산한 여성의 젖에서만 취득할 수 있는 모유이다. 김도희 작가는 전시장 바닥 중간에 모유를 고이게 하기 위해 달 모양의 둥그런 못을 팠다. 모유는 전시 기간 동안 못 안에서 서서히 말라가고 동시에 전시장 대기로 증발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시장은 눅눅하고 찝찝한 감각을 양산해내는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다. 아름답고 풍만한 모유의 빛이 끈적끈적하게 눌러 붙은 빛으로 변할 것이다. 도자기 같이 하얀 아이의 피부가 나무껍질 같이 검은 노인의 피부로 변모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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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_만월의 환영 Moon illusion展 설치 과정_가변 설치_40x4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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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_만월의 환영 Moon illusion_모유 설치_40x4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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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_만월의 환영 Moon illusion_모유 설치_40x4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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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희_만월의 환영 Moon illusion_모유 설치_40x40cm_2012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 대상을 생각한다. 인간은 일생동안 노화의 과정을 몸으로 겪는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을 기점으로 살아있던 생물에서 죽은 시체로 변하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출산의 순간은 생사의 순간 못지않게 인간에게 강한 인상으로 남는다. 출산의 아픔과 고통 때문이기도 하지만 출산을 전후하여 우리네 삶이 급격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영상 속 여성은 출산 전 임산부의 모습이다. 이 영상은 만삭 임산부만이 연출 가능한 풍경이다. 아이를 배지 않은 처녀도, 초기 임산부도, 출산을 마친 여성도 영상의 풍경을 만들 수 없다. 한편 전시장 바닥의 모유는 갓 출산한 여성만이 생산해 낼 수 있는 물질이다. 마찬가지로 처녀의 몸에서, 출산 전 임산부의 몸에서, 출산 후 한참 지난 여성의 몸에서 모유는 취득될 수 없다. 두 장면 사이에 출산이라는 결정적 순간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시장 안에 출산의 과정은 부재한다. 더불어 어떤 장면도 아이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아이보다는 어머니, 모체가 이 작품의 중심이다. 어머니라는 단어는 ‘아이를 낳은 혹은 기르는 여성’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어머니를 생각할 때 아이를 떼놓고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시도해보자. 아이는 이곳에 없고 태동의 풍경과 모유를 생산한 여성만이 있을 뿐이다. 여성은 자신을 바라보기 위해 아이라는 타인을 배재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 모습을 현재 생산한 물질에 비춰보고 있다. 물질은 바닥에 들러붙어 악취를 키워낼 것이다. 초반에 시각적으로 완벽했던 것이 갈수록 더럽고 역겨워진다. 그렇다고 해서 존재의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다. 존재의 표면과 그에 반응하는 우리의 모습이 변할 뿐이다. 우리는 이렇게 존재에 빗대어 자신을 파악한다. 한 번에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파편을 수집한다. 시간을 들여 퍼즐 완성하듯 이 짓을 평생 할 밖에 도리가 없다. 나를 알기위한 과정은 그렇게 끔찍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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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_만월의 환영 Moon illusion展_가변설치_가변크기_2012

 

 

가끔 하늘의 달이 평소보다 더 커 보일 때가 있다. 이것을 달의 착시 즉, Moon illusion이라 한다. 물리적으로 달과 지구의 거리가 가까워졌기 때문에 달이 커 보이는 것이 아니다. 달을 보는 나의 위치와 지구상에 놓인 달의 위치가 수평에 가깝기 때문에 달이 커 보이는 것이다. 보통 지평선상에 달이 놓일 때 Moon illusion은 두드러진다. 달의 크기가 변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하늘 사진을 찍는다. 달의 크기는 일정하다. 변한 것은 달의 위치밖에 없다. 달의 사진들을 통해 결국 내가 본 것은 만월의 환영이었음을 안다. 모유를 나에게서 떼-내듯 달을 내 눈에서 떼-내야 대상에 대한 더 냉정한 사유가 가능하다. 그리고 전과 후의 비교. 서로를 서로에게 비추어 봄으로써 확연히 다른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본질이 무엇인지 뽑아낼 수 있다. 따라서 감정을 멈추고 긴 생에 터널을 혼자 걷는다. 무지막지하게 혼자 걷는다. 모두들 그렇게 하고 있고 모두들 그렇게 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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