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정오[nu:n] + 윤범
기획 오진실
회귀 불능으로의 회귀
Jan 7 - 19, 2014 12pm-8pm
Project 정오[nu:n]는 좋은 스토리텔링 능력과 영상감각을 갖추고 이제 막 작가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으려한다. 이번에 Project 정오[nu:n]는 내러티브가 있는 서사적 영상과 서사 없이 이미지의 파편들로만 나열되는 영상을 선보이려한다.
내러티브 영상은 암막으로 어두컴컴하게 연출한 공간에 현시하고, 서사가 없는 영상을 샤(연극무대에서 종종 사용되는 빛이 투과되는 쉬폰 재질 같은 얇은 흰 천)로 꾸민 공간에 연출할 계획이다. 그리하여 Project 정오[nu:n]는 관람객들에게 그렇게 설치요소와 영상이 어우러져 표출되는 이미지의 역동적 효과에 대한 색다른 체험을 안겨주고자 한다.
이번에 Project 정오[nu:n]가 영상설치작업에서 추구하려는 모든 의도는 '의식'과 '무의식'에 크게 잇닿아있다. 즉Project 정오[nu:n]에게 내러티브 영상이 현시되는 공간은 '의식의 영역‘이며, 이미지 파편들의 연쇄로 구성되는 설치공간은 '무의식의 영역’이다. 그런 Project 정오[nu:n]는 자신의 영상작업에 의미와 목적이 상실된 내러티브와 분절된 상징적 이미지의 집합체로 특징지어지는 초현실주의 영화의 특성을 도입하고, 그것을 보다 확장시키기 위해 설치와 융합시켜보고자 한다. 그리하여 자신이 연출한 공간에 들어온 관람객들에게 의식과 무의식의 결합체인 꿈의 작용을 진하게 체험시키려한다. Project 정오[nu:n]는 자신이 작업의 핵심요체로 설정한 ‘꿈’을 인간이 닿거나 도달하지 못한 물질화된 세계를 향한 무의식적인 행위이면서 그것을 의식하려는 본능적인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가정한다. 그리고 지나온 1초의 순간, 가까운 과거, 엄마의 자궁, 존재이전상태 등의 광범위한 ‘회귀불능 세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Project 정오[nu:n]는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는 상상계적 세계를 향한 의식과 무의식의 파편들을 이미지의 역동적 효과를 통해 분출시켜보고자 한다. ■서울예술대학교 사진과 학과장/ 미디어창작학부교수 이강우
거울 앞에 여자가 서 있다. 자신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던 여자는 세면대로 고개를 숙인다. 검은 액체가 세면대 배수구로 빨려 들어간다. 화장실엔 아무도 존재 하지 않는다. 이번 '회귀불능으로의 회귀' 작업 영상의 초입부분이다. 평소 프란시스 베이컨의 회화를 영상화하는 작업을 염두해두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의식의 이동을 베이컨 회화의 내러티브에서 대거 차용했다. 고전 초현실주의 영상 속(-만 레이'불가사리',루이스 부뉘엘 '안달루시아의 개' 등) 인물의 공간성과 시간성의 상실을 통해 비선형적인 내러티브 구조가 발생한다. 이러한 특징은 수면 상태의 우리가 꿈이라는 공간 안에서 분절되고 해체된 이미지를 잃어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이번 작업에서 공간과 시간에 주목했고 베이컨의 회화들이 떠올랐다. 몸을 잃고 회화 속에서 형상으로 존재하는 인물은 어쩌면 잠든 '우리', '나'의 의식 속의 타자로 느껴졌다. 공간과 시간을 오가는 의식의 통로를 회화속의 소품들 세면대와 만년필, 우산, 손잡이를 매개로 검은 액체가 남자와 여자의 영역을 서로 오가는 흐름으로 연출했다.
남자가 몽유병에 걸린 여자를 그리고 있다. 휴지엔 잉크가 번져 그림을 알아 볼 수가 없다. 이때 문이 열리고 남자는 뒤를 돌아본다. 여자다. 여자가 남자를 바라본다 싶었는데 그 곳에 아무도 없다. 모호한 그림만이 자리에 놓여있다.
플롯은 '회귀불능으로의 회귀' 에서 의식과 무의식을 교란시키는 도구로써 사용된다. 시간차의 교란을 통해 플롯이 뒤엉키고 재해석된다.
어두운 화면, 잠이든지 얼마나 지났을까? 잠재 되어있던 무의식이 변이를 일으키며 일상의 작은 소품과 공간 모든 것이 낯선 기운을 내뿜는다. 당신과 나,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계속해서 시작도 끝도 없는 공간 속에 형상이 되어 내가 나를 보기도 한다. 그리고 얘기한다. 어젯밤 꿈에 대해… '회귀불능으로의 회귀' 속 인물의 행위는 우리 모두가 무의식 속에서 욕망하는 실재를 보기 위해 발버둥치는 대체된 주체이다.
project 정오[nu:n]_<회귀 불능으로의 회귀>_캡쳐3_HD_2013
단번에 엄마의 자궁속으로 돌아간다.
나는 태초의 나의 근원지에서 아무런 욕망 없이 모든 것들을 욕망한다.
이것들은 세상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일정한 파동이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면 가슴위로 불투명한 얼룩이 지고, 얼룩이 마르기전에 나는 그것을 들이켜야 한다. 늑골 아래로 마르지 않은 얼룩이 다시 번져들고 나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 지난 밤 꿈은 나의 내일과 무관하며 지난 과거와 어떤 연속성을 지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들은 내가 눈을 감은 그 순간부터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나는 이 세상과는 별개의 공간 속에서 깨지 않은 채로 깨지 못하고있는 또 다른 의식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다시 일정한 파동이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고, 가슴 위의 불투명한 얼룩은 바래간다. 늑골 아래서 번져들던 얼룩은 이미 엄마의 자궁속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 SOUND
이번 전시는 영상 프로젝트 팀과 음악 아티스트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서 시작되었다.영상과 음악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각 분야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며, 융합을 통한 기획전시를 도모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전시 영상의 음악은 글리치(불필요한 부분에 발생하는 노이즈 펄스로 인해 일어나는 컴퓨터의 일시적인 오동작) 한 요소들과 여러 아날로그적인 소리들이 합쳐져 새로운 엠비언트 장르가 된다. 이 모든 것들의 전자음악의 해체주의적인 색깔을 띄고 있으며, 이것들이 영상과 조화를 이룰 때 관람자(청중)의 긴장감은 극대화 된다.
■project 정오[nu:n] + 윤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