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October 15 – 30, 2014
opening reception October 15, 6pm
나의 잘못, oil on canvas, 194 x 130 cm, 2014
2013년 어느 날, 옆집에 살던 아저씨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옆집아저씨는 가깝지만 먼 느낌의 존재이지 않은가. 작가에게도 옆집아저씨란 그저 옆집에 사는 사람, 나와는 상관없는 관심조차 없는 존재였다. 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작가는 순간적 감정에 동요될 지 언정 자신의 삶과는 무관함을 느꼈다. 언론에서만 접해봤던 일들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요동쳤지만, 작가로서 그녀의 삶과는 그저 먼 이야기일 뿐 이였다. 작가는 순간적으로 요동친 연민, 슬픔, 미안함의 감정과, 무관함으로 느낀 무관심의 두 가지 감정이 섞이는 한 지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런 감성이 자극되는 사회적 사건들을 찾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중 스크랩된 자료들을 통해 자신을 대입 시키기도 하는 실험들을 하며 회화적 오브제로서 작업에 이용하는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얼굴, oil on canvas, 45.5 x 53 cm, 2014
이번
전시<나의 잘못>에서의 작품들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감정들을 담고 있다. 그
중 <나의 잘못>작품은 이 전시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포괄적으로 모두 담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어느 날 문득 손바닥을 오므려
들여다보니 “나의 잘못” 이라는 글자가 휘갈겨 쓰여진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오므린 손바닥은
사건사고들에 대해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자신의 태도가 아닌가 하고 느껴진 것이다. 작가는
여러 사회적 사건사고들 속에 어떤 관여도 없지만 간접적으로 밀려드는 순간적인 슬픔,
연민의 감정이 느껴졌다. 허나 대처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뿐 더러 세상에
머무르는 일상 역시 어떤 문젯거리가 발생하지 않는 현상을 알게 된 것이다.
두 발, oil on canvas, 162.2 x 130.3 cm, 2014
작가는 인터뷰 중,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곧이어, “그러나 나는 무고한가? 편안하고 아무 걱정이 없어도 되는가?” 라며 알 수 없는 감정과 왠지 모를 미안함을 느끼곤 했다. 이 미안함을 자신의 조심스레 오므린 손바닥의 착시로 발견하게 되었고, 작가로서 회화의 소재로 표현한 것이다.
지금의 표정, oil on canvas, 162.2 x 130.3 cm,
2014
충격적인 사회적 사건들은 우리의 일상에 잠시 잠깐 영향을 미칠지는 몰라도 직접적이지 않은 이상 제자리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보내게 된다. 여기서 느껴지는 글쓴이의 입장에 대해 말하자면, 이런 사건사고들을 살펴볼 때 피해자와 가해자는 명확하게 구분 된다. 또한 나 스스로가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린 모두 똑같은 존재인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가 동시에 느끼는 무관함과 미안함이 엮어진 한 지점은 같은 존재, 즉 개인이기 전에 인간이라는 하나의 공통존재로 우리의 시선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작가가 고민된 미안함의 감정 또한 직접적인 잘못은 아니지만 함께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친구, oil on canvas, 181.8 x 227.3 cm, 2014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어쩌면 나에게도 가능한 사건들의 주체로서 스스로를 대입시켜보는 계기가 되었고, 관객들에게도 그런 시도를 유도해 보는 감상을 이번 전시를 통해 전달해 보고자 한다.
■김민경